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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May 17. 2016

아보카도 간장밥

어쩐지 '남는' 아보카도가 생겼다, 간장계란밥 업그레이드



어쩐지 '남는' 아보카도가 생겼다, 간장계란밥 업그레이드


재료

아보카도 반 개, 밥 한 공기 또는 레토르트 밥 1개, 쯔유 또는 양조간장 한 숟가락 반, 와사비 좋아하는 만큼, 계란 한 알, 식용유 두 스푼, 장식용 깨 약간, 동그란 국그릇이나 면기


조리법

1. 살짝 말랑할 정도로 후숙한 아보카도를 긴 단면이 생기도록 반을 가른다. 양쪽을 잡고 반대로 비틀면 시원하게 쩍 벌어진다. 씨는 칼날 아랫쪽을 콕 박아 마찬가지로 비틀어 빼면 깔끔하게 쏙.

2. 껍질에 가깝게 숟가락을 밀어넣어 아보카도 과육을 발라낸다. 취향대로 슬라이스한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계란을 깨 넣고, 딱 숟가락으로 터치면 주륵 흐를 정도로 반숙후라이를 한다.

4. 데운 밥을 그릇에 살살 담고, 계란후라이를 한 쪽에 올린다.

5. 아보카도를 남는 공간에 조심조심 얹는다. 무를수록 무사히 옮겨놓기가 난해하다.

6. 와사비를 올리고, 그리고 쯔유나 양조간장을 먼저 한 스푼 뿌린다.

7. 깨를 치면 완성. 슥슥 비벼서 맛보고 싱거우면 간장 추가.


먹는 방법

- 아보카도를 야무지게 으깨서 슥삭슥삭 비벼 먹는다. 먹다 먹다 지치면 할라피뇨피클이나 고추장아찌를 반찬 삼아 힘낸다.




남는 아보카도라니.

난생 처음 아보카도 간장밥을 먹다가 난 생각이었다. 소금 후추를 안 치고선 하나 다 먹기 힘들만큼 느끼함이 풍부한 아보카도. 과카몰리를 만들지 않으면 아보카도를 다 먹어버리겠노라 귀엽게 협박하던 시스는 이 '아보카도 간장밥'을 먹다 먹다 지쳐서 매운 고추장아찌를 곁들였다고 했다. 나름 과일의 모양새를 한 것에 와사비를 비비는 게 어색했지만 간신히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주는 와사비가 기특한 맛이었다.

첫 세 입은 근사했고, 네 입째부턴 풍요의 맛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럭셔리하게 즐기는 간장마가린밥 같다고 하기도 했고. 반찬 없이 그릇을 다 비울 즈음에는 식후 만들어야 할 과카몰리의 재료를 헤아렸다. 마지막 한 숟가락을 입에 눌러담은 후에는 파김치를 잔뜩 넣은 매운 라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별미는 별미다. 푹 익은 아보카도가 다섯 알이나 있으니 누릴 수 있는 여유, 즐길 수 있는ー내지는 즐겨야 하는 별미. 그래도, 맛있는 경험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나면 또 먹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어머, 그런데 왜 자꾸 라면이 생각날까.

그리고 돌아서니 생각나는 그 맛. 설거지 끝내고 나니 거짓말처럼 또 먹고 싶어졌다. 아아, 역시 아보카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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