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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Jan 27. 2018

단짠단짠 연어 그라브락스

<100일 글쓰기> 10/100



단짠단짠 연어 그라브락스


재료

생 연어 필렛, 레몬, 굵은 소금, 흑설탕, 후추, 레몬 닦을 베이킹소다, 허브 가루, 보드카(선택), 스테인레스 강판(선택), 볼, 커다란 유리 반찬통 또는 지퍼백


조리법

1. 연어 필렛을 산다. 잡으러 갈 수는 없으니까 이미 잡아서 살코기만 손질해둔 것으로 산다. 육질이 단단하고 덩어리가 큰 것으로. 코스트코에서 3만원 후반 가격의 것을 사면 적당하다.

2. 연어 필렛을 한 뼘 길이로 뭉텅뭉텅 잘라준다. 절여야하므로 가급적 지느러미 가까운 쪽의 얇은 부분은 잘라내 그 자리에서 날로 먹어버린다.

3. 볼에 큰 스푼으로 굵은 소금은 여섯 스푼, 흑설탕은 아홉 스푼만큼 넣는다. 후추는 그라인더로 잘 갈아서 후추 좋아하는 마아안큼 넣어준다.

4. 딴 지 얼마 안된 딜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으니까 말린 허브 가루를 쓴다. 바질과 파슬리를 큰 스푼으로 세 스푼씩 넣는다. 허브 가루 부자라면 다른 종류도 좋고, 잔뜩 넣어도 좋다.

5. 레몬 네 알을 베이킹소다로 박박 닦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스테인레스 강판에 갈아 레몬 제스트를 만들어 볼에 추가한다. 노란 표면만 갈도록 하고 이때 엄지 손가락도 같이 갈지 않도록 조심한다. 왠지 무서워! 라고 한다면 그만큼 칼로 껍질을 까도 괜찮다.

6. 잘 섞는다.

7. 기다리던 연어는 보드카를 챱챱 발라준다. 귀찮으면 그냥 볼에 세 스푼 넣어서 같이 섞어줘도 된다. 없으면 쏘쿨하게 패스.

8. 볼에 든 것을 가볍게 섞는다. 보드카까지 넣었다면 소금과 설탕이 녹을 수 있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휙휙 섞는다.

9. 연어 덩어리에 꼼꼼하게 발라준다. 아주 꼼꼼하게.

10. 커다란 유리 반찬통에 차곡차곡 쌓는다. 없으면 지퍼백에 넣어 잘 여민 후 겹쳐도 된다.

11. 냉장고에 만 하루 반에서 이틀 정도 보관한다. 하루에 한 번씩 생각날 때 뒤집어준다.

12. 먹기 직전 물에 씻어낸다. 냉동실에 보관하기 전에도 똑같이 씻은 후 키친타올로 물기를 제거한 후 잘 포장하여 넣으면 된다.


먹는 방법

- 굵은 소금을 넉넉하게 넣고 3일 넘게 절인 것은 꽤 단단해져서 칼질도 어렵지 않다. 얇게 얇게 포를 떠서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 사이에 골고루 얹으면 그럴듯한 연어 베이글이 된다.

- 레몬즙을 살짝 쳐서 그냥 술안주로 먹어도 좋다.

- 맨 밥에 곁들여본 적도 있는데 보드카향과 흰 쌀밥의 앙상블은 조금 미묘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날이었다. 꼭 방학 내내 맨날 그날의 날씨만 적어뒀다가 개학 직전 일기를 몰아써야 하는 애가 된 심정이었다. 본가에 와서 탱자탱자 놀고 있자니 더 마음 잡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오늘의 글감은 '꿈'이었고, 매일 꿈을 꾸고도 잘 잊는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꿈은 중2 제이락에 한참 심취해있었던 시절 X-Japan의 멤버였던 hide와 어둑한 숲에서 만나는 꿈 정도였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저번 본가 방문 때 해놓고 갔던 연어 그라브락스를 꺼내 포를 뜨고 스모크모짜렐라 치즈와 과일을 곁들여 맥주 안주를 준비하다가 이거라도 써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연어 그라브락스(salmon gravrax)의 원형은 굵은 소금과 딜과 함께 땅에 묻어 절인 것이라고 한다. 북유럽 바이킹족들이 장기간 연어를 보관하기 위해 고안해 연어 무덤(grave)를 만든 것이라고. 절여지는 동안 짭짤한 맛과 단맛, 레몬과 허브의 향이 가미되고 기름기는 빠져나온다. 처음 맛본 것은 모 대사관 행사에서였는데 보통의 연어회나 훈제연어, 연어스테이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맛에 미각 충격을 받았었다. 가족들 중 연어를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은 나인데, 기름져서 싫다는 sis도 연어 그라브락스만큼은 팬임을 자처한다.

주의,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도록. 나트륨 과다 섭취 주의. 술을 곁들이다보면 대책없이 입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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