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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Feb 04. 2018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100일 글쓰기> 18/100


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A dream you dream together is reality.
- John Lennon -



  작년 한 해는 M-net의 PRODUCE 101 시즌 2에 푹 빠져있었다. 퇴근하면 출근하기 전까지 사실상 프듀가 전부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티몬앱으로 응원하는 연습생들에게 매일매일 투표를 하고, 금요일 밤에는 가급적 모든 일정을 비우고 빠르게 집에 돌아와 TV 앞에 앉아 본방사수를 했다. 온 가족의 핸드폰으로 문자 투표를 하고 최종 11위 안에 든 멤버들로 구성된 Wanna one의 앨범을 (제이미와 함께) 잔뜩 구매하기도 했다. 아쉽게 탈락한 연습생들의 각종 방송 출연분도 챙겨서 봤고, 팬미팅이라든가 CF 찍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열렬히 응원했다. 아마도 그런 게 소수의 마음은 아니었는지 워너원은 어마어마한 브랜드 파워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알로 부상해서 광고주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고, (워너원 11인은 그저 조금 더 아픈 손가락-이었는지) 탈락한 연습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각기 활동을 이어나가거나 다른 그룹으로 데뷔, 또는 중단됐던 활동을 재개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탈락한 연습생들 중에는 팬들이 'JBJ (정말 바람직한 조합)'라 이름 붙인 데뷔 소원성취 조도 있었다. 원형이 프듀의 안 모 프로듀서님의 이름을 따서 '준영이가 버린 자식들'이라고도 하는데, 재능 있고 노력도 많이 하고 잘 어울리는 조합의 이 연습생들이 짠내 나는 분량 때문에 혹은 악마의 편집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 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켄콜태균소호빈 7인은 각기 다른 소속사에서 데뷔의 꿈을 갖고 프듀에 출연했다. 소속사가 다르다 보니 정말 될까, 그래도 되면 좋겠다-하는 염원이 통했는지-라기에는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고, 결국 주판 두들겨 보고 상품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로엔인지 로엔의 레이블인 페이브인지에서 총대를 맸다. 소속사와의 풀리지 않는 갈등으로 합류하지 못한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6인은 정말로 JBJ (Just Be Joyful) 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국내 엔터 업계들의 흔한 계약 기간인 7년 말고 딱 7개월짜리 계약으로.

  팬들이 JBJ의 데뷔를 기도하며 광고를 걸었던 삼성역에는 JBJ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광고가 걸렸다. 로엔(혹은 페이브), 그리고 마케팅을 맡은 CJ E&M의 파워 덕분인지 데뷔 준비를 하며 리얼리티 예능도 찍었고, 데뷔 쇼케이스, JBJ 팝업스토어까지 열리기도 했다. 김춘수 시인의 <꽃> 에서 콘셉트를 따왔다는 해석처럼 팬들이 그들을 'JBJ‘라 부르기 시작한 후, 그들은 연습생이 아닌 아이돌 그룹 'JBJ‘가 되었고, 두 번째 앨범 <True Colors>로 제각각의 찬란한 빛을 머금고 개화한 '꽃'이 되었다. 1년 전 처음 파주의 프듀 트레이닝 센터에 입소할 때는 상상도 못 했을, 염원하던 데뷔에 이어 좋은 음악과 팬들의 사랑으로 음악방송 1위까지 하게 된다.


  어제와 오늘은 이들의 첫 번째 콘서트 <JBJ 1st Concert - 정말 바람직한 콘서트>가 있었다. 양일 모두 티켓 오픈 10분 안쪽에서 매진을 쳤고, 나는 겨우 취소표 한 장을 잡아 어제자 콘서트에 다녀왔다. 오프닝은 프듀 당시 101명의 연습생들이 모두 찍었던 60초 PR 영상의 코멘트로 시작됐다. 그때부터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하다 보니 2시간이 금세 지나가버렸다. VIP 초대권 구역 외에는 전석 가득 응원봉과 슬로건을 든 팬들로 가득 차있었고, 다같이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혼자 꾸는 꿈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는 존 레논의 말이 화면에 떴다. 스스로를 아무 것도 아닌 연습생이었다고 칭하며 혼자 꾸던 꿈을 팬들이 함께 해주었기 때문에 JBJ라는 이름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고 우는 멤버들을 보며 다같이 눈물 바다가 됐다.

  계약한 7개월은 오는 4월 종료된다. 계약 연장 여부는 아직까지도 알 수 없다. 음악방송 1위를 하긴 했지만 아직 그 외에는 공중파 입성을 안정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전속 광고를 줄줄이 찍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싶은 건지 개인 스케줄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소속사도 있다. 수익 배분에 관해 복잡하게 꼬여있을 것이니 이래저래 인기가 유지될 때 좀 더 욕심을 부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4월 이후가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오늘의 무대는 그러니까, 멤버들에게는 JBJ로서 서는 마지막 콘서트 무대가 될 수도 있다. 보통은 똑같은 내용의 콘서트를 2일, 3일 하면 그 중에 가장 마지막 날을 '막콘'이라고 한다. 그런데 JBJ의 첫 콘서트는 막콘이 진짜 마지막 콘서트일지도 몰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다음을 약속할 수 없어서 전하는 말은 길고 슬프고 축축했다.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씩씩한 막내 멤버까지 얼굴이 빨개져서 울었다. 나오는 길에 보니 다들 눈가가 발갛게 짓물러 있었다. 함께 꾸는 꿈이었으니까, 앞으로도 함께 꿀 꿈이니까, JBJ 앞으로도 활동 오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타디움급 공연장에서 콘서트 하는 그 날까지 쭈욱. JBJ 진짜 너무 아픈 손가락이야. 으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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