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파랑 Feb 16. 2018

슬빵 뒷북치기

<100일 글쓰기> 30/100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기 시작했다.

  전 국민의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는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코 앞에 두고 여동생 강간범을 폭행하여 뇌사 상태에 빠지게 만들어 형을 살게 되는 것이 드라마의 시작이다. 1년의 형을 받고 감옥 생활을 하며 겪는 에피소드가 주 내용이고, 야구선수 뿐만 아니라 함께 수감되어 있는 수감자들의 사연과 관계가 함께 표현된다.
  소위 잡범이라는 좀도둑부터 상습적 약물 오남용, 사기꾼, 경제사범,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조폭,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 등 죄목도 죄질도 다양하다.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주인공인 야구선수는 수감자들이 겪는 비인간적인 처우, 교도관들의 비행에 환멸을 느낀다. 하루 아침에 인생이 진창에 빠진 상태에서 주인공이 가장 혼란스러워 하는 지점은 선한 인상으로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수감자가 사람을 무자비하게 난자해 죽인 사형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나 캐릭터들이 계속 등장한다. 출소를 2주 앞두고 실실 웃으며 진짜 개과천선하겠다고 하던 좀도둑은 또 누군가의 지갑을 도둑질하고, 수감자들을 그저 나쁜놈 취급하며 이 새끼 저 새끼하던 교도관은 틈틈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주인공에게 젠틀하게 웃어가며 넉살 좋게 연습용 야구공을 쥐어주던 목공소 작업 반장은 수 틀리자 바로 가면을 벗어던진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주인공 역시 과잉 상태에서 강간범을 직접 처벌하다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하고 종내엔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 또한 상기할 때마다 혼란을 느끼게 했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여 끝내 이뤄내고 마는 불사조-는 여전히 팬들의 응원과 사랑을 받고 있지만 보는 내내 끊임없이 헷갈렸다. 어떡하지. 가치판단을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시종일관 진지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상황을 위트있게 풀고 캐릭터 하나 하나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크고 작은 갈등과 해소의 순간을 만들어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든다. 정말로 재밌어서 눈을 뗄 수가 없는데도 마음 한 구석에는 찝찔함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이제 겨우 5화까지 봤는데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마지막 편까지 보고 나면 좀 이 혼란이 가라앉을까.

  한창 인기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것의 줄임말은 '슬감'이냐 '슬빵'이냐를 두고 애청자와 입씨름을 했었다. 상대는 '슬감'이라고 말했고, 나는 '슬빵'에 한 표를 던졌다. 아직도 어느 쪽이 더 많이 불리는 줄임말-혹은 애칭-인지는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적인 삶의 형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