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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Feb 20. 2018

로또

<100일 글쓰기> 34/100

  애인은 매주 로또를 산다.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오후에. 대개의 데이트는 그 둘 중 하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편의점이나 로또를 취급하는 가판에 들러 로또 한 두 장씩 사는 걸 종종 본다.

  성실하게 일하는 근로자인 동시에 일확천금의 꿈 또한 갖고 있는 것이다. 1장을 사면 대개는 자동으로 뽑는다. 2장을 살 때는 1장은 자동, 1장은 손수 컴싸로 종이에 칠을 한다. 같이 있을 때는 내게도 자동으로 1장을 뽑아준다.

  토요일 밤이 지나면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아주 쬐에끔 갖고 바코드 리더기를 읽힌다. 매번 숫자가 맞지 않는데도, 제법 심장 박동도 담담한데, 왜 그렇게 매번 실망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애인은 만약에라도 로또에 당첨되면 자신의 드림카를 사달라고 했다. 꼭 로또에 당첨되진 않더라도 평상시에 데이트 비용은 자신이 많이 낼테니 돈 잘 아껴서 먼 미래에는 꼭 차를 사달라고.

  언젠가 아빠가 물어보신 적이 있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뭘 할 거냐고. 내 집 마련 같은 건 너무 먼 꿈인 나인데도, 주변에 전세가 때문에 허덕이는 분들이 많다 보니 나 또한 '4억 정도는 아파트 한 채 사고-' 라고 먼저 대답했다. 아빠는 4억 갖고 수도권 아파트 들어가는 건 택도 없다고 웃으셨다. 아니, 그래도 4억이면 얼만데욧. 좋든 안 좋든 아무튼 집 주인 눈치 안 보고 내 마음대로 벽에 페인트 칠도 다시 하고, 조명도 갈고, 월세나 대출 이자 같은 것에 시달리지 않고 싶어서 그런 건데. 게임 '놀러와 마이홈'을 할 때도 한국 유저들은 꼭 그렇게 집부터 장만하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다들 그런 마음은 비슷한 거 아닐까.

  애인은 지금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집에서 나와 살아볼까, 하고 좋아하는 동네에 있는 매물들을 알아봤다고 한다. 이 정도면 살고 싶은 집인데-해서 보면 예산 초과라고. 차를 사달라는 것은 집보다는 저렴한 편이라 그런가.


  매우 피곤하고 머릿속이 흐리멍텅한 상태다. 커피 마셔도 되는 날이 아닌데도 커피를 마셨더니 며칠 잠을 설쳤다. 열심히 머리를 굴려야 하는 과제가 생겼는데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여전히 야근 중이다. 오늘의 글쓰기든, 업무 과제든, 양쪽 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한데 영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연락 중이던 지인에게 아무 키워드나 던져보랬더니 읊던 것 중 '금메달'이 있었다. 경기도 못 보고 야근 중이었는데, 하고 속상한 마음을 누덕누덕 잇다 보니 생각은 로또까지 흘러갔다. 아, 로또 되면 안식 휴가 갈 꺼야. 으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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