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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Feb 26. 2018

월요일 순삭

<100일 글쓰기> 40/100


  평일 중 절반 정도는 팀원들과 도시락을 먹거나 밖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와서 먹는다. 주말에 집에 다녀가신 엄마가 반찬을 챙겨주신 덕분에 오늘은 오랜만에 도시락을 챙겨간 날이었다. 각자 싸온 것을 간단히 먹는 동안 가장 많이 나눈 것은 바로 어제의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작은 '컬링 경기 보려고 8시 반에 일찍 일어났더니 9시부터 시작하더라.' 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다 흘러흘러 폐회식에 재등장한 인면조, <101마리 달마시안>에 나오는 크루엘라처럼 스타일링을 한 CL의 패기 넘치는 선곡이라든가, EXO 멤버들이 타고 등장한 '미래에서 온 사륜자동차'라든가, 시간당 6억인가를 받는다는 세계적인 DJ가 아테네 올림픽 때 디제잉 무대를 보고 DJ의 꿈을 키웠다더라 뭐 그런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 누구는 월요병과 더불어 느른하게 풀어지는 따듯한 햇살에 눈 녹듯 늘어졌고, 누구는 연신 '놀러가고 싶다' 하고 소원했다. 또 옆에서 누군가는 '오늘이 미세먼지도 없고 따뜻한 날이래요. 오늘밤부턴 또 미세먼지가 엄청날 거랬어요.' 하고 알려주었다. 지난 주에 특별한 빨간날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주말 내내 안방 응원석 1열에서 다들 너무 달렸는지 도대체 피로감이 가시질 않았다. 마음이 콩밭에 가려고 들어서 오랜만에 넷이 앉아 커피 한 잔씩을 하고 오후 근무를 시작하는데 다리가 어찌나 무겁던지.

  그럼에도 오후 시간은 꼭 누가 잡아먹은 듯 신나게 흘러가서 돌아보니 퇴근 시간이 가까웠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아깝다고 해야할지. 몇 주 전에 장비 교체 신청을 해서 새로 받은 랩톱은 세팅할 틈이 도통 나질 않아 내내 묵혔다. 마이그레이션에 사용하는 케이블 대여 기간이 내일까지인터라 더는 미룰 수 없어서 퇴근 후에 시작을 했는데 거의 두 시간을 낑낑대도 해결이 되지 않더라.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마이그레이션 시작 버튼을 눌러두고 기운이 쪽 빠져서 회사를 나왔다.

  선물 받았던 스타벅스 기프티콘 유효기간이 오늘까지라 근처 스타벅스에 들러 주전부리를 골라 결제하는데 파트너분이 세상 상냥하고 친절했다. 덕분에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져서 집까지 씩씩하게 돌아와 끼니를 해결하니 하루가 다 끝나간다. 오늘따라 시간이 슝슝 잘만 가네. 매주 월요일이 이러면 참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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