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44/100
며칠 전에 집에서 하루 주무시고 간 이모에게 아침에 7시 50분부터 8시까지는 샤워를 해야하니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가 '들어가서 물 틀고 씻는 척만 하는 건 아니지? 어떻게 10분만에 샤워를 해?' 하는 말을 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3-5분을 오갔다는 얘기를 하면 더 놀라실 것이다.
짧은 샤워 시간에도 불구하고 할 건 다 한다. 밤새 잇새에 물고 있던 나이트가드도 세척하고, 양치도 하고, 샴푸, 린스, 바디워시, 그 외 샤워 퍼프로 박박 닦을 수 없는 이곳 저곳 비누칠해서 닦고, 폼 클렌징으로 세안까지 다 하는 데에 요즘은 10분이면 충분하다.
그 짧은 시간 안에도 나름 공을 들이는 부분은 '귀 닦기'다. T존도 아니면서 유난히 매일매일 유분이 새롭게 생성되는 것 같은 귀는 귓바퀴 안쪽과 귓등, 귀밑까지 툭하면 반질거리게 된다. 조금만 무신경해지면 살 냄새가 올라와서 몸이 많이 피곤한 날은 끼고 있던 이어폰 표면만 슥 훑어도 으악, 하게 된다. 살짝 늦잠을 자서 정신이 없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출근 준비 속도가 나지 않는 날이면 귀 닦는 걸 깜빡하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하루종일 누가 가까이 올 때마다 흠칫거린다. 게다가 달짝지근한 향수 향이 진한 살 냄새에 더해지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귀를 닦을 때는 거품이 잘 나고 향이 강한 비누를 쓴다. 세게 문지르면 귓바퀴 안쪽이나 귓불에 염증이 잘 생기는 편이라 충분히 거품을 내서 살살 공들여 오래 문지른다. 안쪽(이너컨츠)은 반 정도만 닦는다는 느낌으로 적당히 손가락을 쓴다. 자칫하면 귓구멍 안으로 들어가 괴로워지기 때문에. 거품을 물로 닦아낼 때는 바깥쪽만 가볍게 쓸고, 안쪽은 정수리부터 물줄기를 맞아 타고 흐르는 물로 저절로 씻기도록 한다. 물기를 닦을 때는 수건을 톡, 톡, 해서 물방울만 훔치고 저절로 마르게 둔다. 귀가 적당히 뽀득뽀득해졌다는 걸 자각할 때는 산뜻한 기분이 든다. 근데... 오늘은 아침에 깜박한 것 같다, 귀 닦는 걸. 으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