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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Mar 03. 2018

탄산수

<100일 글쓰기> 45/100

콜라나 스프라이트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이 표면에 들척지근하게 한 겹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 싫어서다. 하지만 탄산수는 즐겨 마신다. 아직 탄산수라는 게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에 호주에서 오래 유학을 다녀온 지인 하나가 체한 것 같다며 탄산수를 마시는 걸 본 후부터의 일이다. 실제 체했을 때 콜라나 탄산수를 마시면 더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엄마가 소화가 안된다며 콜라를 드시는 것처럼 난 속이 답답하고 입이 텁텁할 때 탄산수를 마신다.

비행기나 기차, 고속버스를 타기 전에도 탄산수를 한 병씩 사서 들어간다. 어제도 본가에 내려오느라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탄산수를 한 병 사서 백팩에 넣었다. 타기 직전 급하게 화장실! 하고 통통통 달려다녔는데 그걸 깜빡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탄산수 뚜껑을 돌리는 순간 파아아아아아아 하고 기포가 일어나면서 쿠우우우우 하고 탄산 거품이 흘러넘쳤다. 제일 먼저 탔던 덕분에 목격자가 하나도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고, 콜라나 사이다가 아닌 것 또한 세상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백팩을 허벅지 위에 얹어놓은 상태에서 그 위로 다 흐른 덕분에 손수건으로 급하게 훔쳐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앉아있으면서도 자꾸 풉, 하고 웃음이 터졌다. 탄산수 병에는 뚜껑을 열 때 흘러넘칠 수 있으니 조금씩 뚜껑을 열고 닫고 반복하며 느긋하게 열라는 주의사항이 써있다. 아주 오랜만에 급하고, 정신없는 출발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두 시간 남짓 달리는 동안 탄산수를 반 정도 들이켰다. 남은 병을 본가까지 고스란히 들고 와 냉장고에 넣으면서 sis에게 오늘의 탄산수 폭발에 대해 설명했더니 같이 엄청나게 부끄러워해줬다. 앞으로는 조금 더 주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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