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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Mar 08. 2018

50%

<100일 글쓰기> 50/100


100일간 매일 뭐라도 써야겠다고 다짐을 했을 때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100일치 쓰면 책 한 권 나오겠구나 하는 거였다. 단지 100일간 쓴 일기가 되더라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의 결과물로써 충분히 제작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작심삼일의 마법이라도 끝난 것처럼 마감이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시간이 꽤 이르게 왔다. 애초부터 어떤 기획이나 목차를 준비하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엇이라도 써야겠다, 정도로 시작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매일 써낼 수 있는 것은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일상에세이'인 것이다. 매 글이 TMI, 최소한의 주변 사람들을 제외하면 절대 알 필요가 없는 투 머치 인포들로 넘쳐난다. 주제가 주어져도 여유있게 고민할 시간을 갖거나 평소에 생각했던 부분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엮어낼 사적인 에피소드를 찾게 된다. 기억을 뒤지고 뒤져도 떠오르지 않으면 그날은 공친거다. 주변 사람을 붙잡고 '아무 키워드나 던져봐요' 라고 청까지 해가며 꾸역꾸역 버텨온 바, 드디어 50% 지점에 도착했다.

50일간 출석 100%를 찍은 자축 기념, 그리고 남은 50일도 잘 버텨내기 위한 채찍질 겸, 달성 후 책으로 제본할 때 쓸 표지를 만들었다. 스물 남짓한 수의 프로젝트 멤버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TMI 범벅의 풋내 나는 글은 혼자의 것일수밖에 없다. 마감 효과에만 기대기에는 나약한 마음과 퍽퍽한 혐생이 극악의 하모니를 내고 있으므로, 역시 동기부여 수단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다.

비록 애인은 표지 시안을 보고 '무협지 표지인 줄 알았어' 라고 반응했지만 내 취향에는 찰떡이니 충분하다. 주말마다 생각날 때 틈틈이 알아보면서 주문을 맡길 소량 제작 업체도 골랐고, 내지와 표지에 쓸 종이도 골랐다. 판형은 손에 쥐기 쉽게 어느 정도로 해야지, 내지 구성은 보통 어떤 식으로 하는구나 하는 류도 찾아보고 대략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다.

남은 50일간은 순수한 동기의 '글쓰기 습관을 만들어야지!' 보다는 100일 하고 며칠 후에 내 손에 쥐일 콩고물에 대한 기대로 버티는 날이 더 많을지 모른다. 오늘 점심 때는 설레는 마음으로 출판업계에 계시다 온 팀원분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낯선 용어를 들어도 즐거웠다. 내 글을 활자화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 차서. 이런 게 작가들의 마음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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