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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Mar 13. 2018

sis

<100일 글쓰기 55/100>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은 대개 직접 무언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선택을 내리도록 주변에서 영향를 끼쳐서 찾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신문에서 개교 광고를 본 아빠의 고등학교 진학 권유라든가, 정시 원서를 어느 과로 넣느냐를 두고 고민할 때 엄마의 꿈에 나온 쪽이 있었다거나, 입사 후 부서와 맞물려 있는 근무지를 어디로 선택하느냐에 있어서 마침 군 복무 중이던 당시 애인의 조언이라든가, 어쩐지 코 앞의 일일 수도 있겠다 싶던 결혼이 지금의 애인 덕분에 꽤 먼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거나.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개중에 가장 내 스스로의 결정이 컸다고 생각하는 건 sis의 존재에 관한 것이다. 외동이 될 뻔했던 나는 어린이집에서 쌍둥이 동생 둘을 대동하고 다니는 친구가 말도 못 하게 부러웠고, 아주 강력하게 "동생을 낳아주세요."하고 청했다. 어떻게 보면 기억할 수 있는 한 가장 어렸던 시절에 스스로의 욕구를 자각하고 판단하여 난 동생을 갖겠다-라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물론 그 선택을 더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동생 기저귀도 다 갈라주고 맨날 예뻐해주고 맨날 업고 다닌다고 한 말은 결과적으로 거짓부렁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게는 어쩌면 엄마 아빠보다도 더 가깝고 든든하고 친밀한 사람일 sis의 존재에 대해서, 나는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어릴 때야 죽일듯이 서로 쥐어박고 소리 지르고 싸웠지만 지금 이렇게 죽이 잘 맞고 애틋한 친구가 된 것을 보면 가장 잘 한 투자였고. 요즘은 자주 보고 싶기도 하고. sis 없이 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오늘따라 왜 이리 외로운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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