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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Mar 14. 2018

이제 그만

<100일 글쓰기 56/100>

며칠째 우울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 한창 일이 잘 안 풀린다고 느끼던 때에 유난히 한숨을 많이 쉬었다. 엄마를 닮아 볼이 무거운 편이다. 얼굴을 굳히고 부정적인 표정을 주로 지으니 당시에 팔자주름도 심해지고 점점 더 볼이 쳐지는 게 느껴졌다. 눈매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기운 없고 우울한 느낌으로. 자각을 한 순간부터는 일부러 웃는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입꼬리를 한껏 당기고 광대를 끌어올리고 으쌰 으쌰 얼굴 운동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다보면 조금 기분도 나아지는 듯 했다.

다시 그런 걸 의식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 며칠은 우울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늘진 자리가 늘었고, 한숨도 늘었다. 화이트데이에 '사탕은 없어요' 라고 놀린 애인이 사탕 대신 대접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를 찜찜하게 만드는 최근의 모든 것들에 대해 늘어놓았다. 그러는 동안 무거운 볼을 겨우 조금 끌어올리고 열변을 토하는데 입가에 힘 좀 빼고 말하라고. 이쯤되면 일부러라도 표정을 좋게 만드는 것은 어렵겠구나 싶었다.

오늘은 우울 곱하기 우울 곱하기 우울 곱하기....다. 애인은 자력구제 수단을 먼저 찾고 싶은 나에게 '니가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없어 보여.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맞아.' 라고 답을 했고, 함께 꾼 꿈으로 이뤄낸 좋아하는 그룹은 활동 연장 보도를 냈던 게 무색하게 급작스럽게 다음달 해체를 공식 발표했다.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 싶기도 하고.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가 길고, 우울은 우울을 부른다. 그것을 알기에 뭔가 이 무드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도통 어떤 방법이 좋을지 떠오르질 않는다. 이러다 덜컥 잡아먹힐 것 같다. 볼이 두 배쯤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끔찍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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