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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Mar 16. 2018

양질의 수면

<100일 글쓰기 58/100>

며칠째 한 번 잠에 들면 깨지 않고 푹 잔다. 추정할 수 있는 변인으로는 첫째, 깨어있는 시간이 유난히 피곤한 것과 둘째,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았다는 것과 셋째, 술 또한 전혀 마시지 않았다는 것과 넷째, 온수매트의 온도를 올렸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깨어있는 내내 피곤하다. 하품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제법 하품이 늘었다. 예전에는 씻고 나면 괜찮았는데 요즘은 1시간 반 걸리는 출근길 내내 몽롱하다. 부팅 시간이 부쩍 늘었다. 자리에 앉아서 찬물을 벌컥 들이켜봐도 영 정신이 안 든다. (최근에 어디선가 본 걸로는 아침에는 공복에 뜨끈뜨끈한 물을 한 잔 마시는 게 좋다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건강에도 좋고 살도 빠지고 젊어지고 장에도 좋단다.) 최근에 회의가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장시간의 회의를 하고 나면 산소가 부족한 게 느껴진다. 사실 회의랑은 별개로 자리에 앉아서 일을 하다가도 어질어질 핑 도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양호실 찾아가는 빈도가 늘었다.

커피는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면 식사 후에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느라 간간이 한 잔 마실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아예 마시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카페에 가서도 마시지 않았다! (FYI. 스타벅스의 호지티라떼가 잠정적으로 단종될 것 같다고. 그날 동네에 있는 지점에서 마신 호지티라떼가 해당 지점의 마지막 파우더였다.) 잠을 방해할 카페인이 없으니 머리만 준비되면 몸도 잠들 수 있는 것이다.

술은 최근에 두통이 잦아진 탓에 버틸 수 없을 듯 하여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술을 마시고 자면 술이 깨면서 잠이 깨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똑같이 잘 잠들어도 새벽에 깰랑말랑한 순간이 없어졌다는 데에서 놀라움을 느끼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 맥주 한 잔도 잠 한 모금과 바꾸는 셈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 슬퍼라.)

온수매트 사용 설명서에서 잘 때는 37도보다 높게 설정하면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쓰여있다. 체온 조절을 잘 못 하기도 하거니와, 아무리 낮춰도 새벽에 뜨거워서 깰 때가 있었다. 그래서 30도 정도로 맞추고 자곤 했다. 최근에는 발이 너무 차가워서 34도로 두고 있는데 매일 아침 등이 축축해져서 일어나지만 몸은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억울한 건, 이렇게 깨지도 않고 숙면하는데 왜 이렇게 매일 피로에 시달리는지 모르겠다는 지점이다. 오전에는 잠이 덜 깨서, 오후에는 춘곤증 때문에, 더 늦은 오후에는 지쳐서-라고 봐야할까. 아무래도 체력이 달리는가보다. 운동을 놓은지 오래이니, 그럴만도 하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쓸 몸 만들 마지막 기회가 올해인데, 걱정이다. 잠도 잘 자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이제 진짜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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