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받기 위해 부지런함과 뻔뻔함을 키웠습니다
제 생일이 돌아옵니다. 여러분 생일 축하해주세요.
올해 생일에는 지인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분은 제 생일인 줄도 몰라요. 제가 직접 집에 있는 파티용품을 챙겨가서 장식을 두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받기로 맘먹었습니다. 아, 이 참에 이 글도 낭독을 해주어야겠네요. 음~ 벌써 즐거워요. 서프라이즈 파티인데, 주인공이 준비하는 엉뚱한 생일이라니. 짜릿합니다.
원래 시끌벅적한 모임 좋아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지금도 사람이 많으면 기가 빨리고 힘들어합니다. 시끄러운 건 저 하나로 족해요. 그럼에도 저는 좀 뻔뻔해지기로 했습니다. 축하가 원래 오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축하받기 위해 부지런함과 뻔뻔함을 키웠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챙기는 사람, 그리고 주도적으로 관계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외고 또 욉니다.
당연한 관계들이 자연스럽고 풍요롭게 제 마음을 채워줄 것이라는 바람을 내려놓기로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건 내가 가꾸지 않으면 안 되더라고요.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지 않고 선물을 받기를 바라고, 축하를 하지 않고도 축하를 받기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사실 이게 더 엉뚱한 일인데 말이죠. 그리고 그냥 그렇게 주워진 축하들은 종종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축하도 받고 싶은 사람에게 받아야 행복하더라고요. <반갑잔치>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나는 스스로를 돕는 자. 스스로를 챙기는 자. 억울함을 내려놓고 그렇게 살자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부족한 나를 온전히 지지하고 받아들이고 행복을 빌어주는 건 일단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때부터요. 부족하고 불행의 이유를 순번을 붙이고 곱씹어 세어보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손에 꼽고 곱씹을 순간은 내가 만들어 온 기쁨의 자리와 관계들입니다. 그렇게 나의 삶의 시간을 새롭게 재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 볼 지부터가 시작입니다. 지난 시간 저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영역이 가장 나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변화는 오지 않습니다. 삶은 언제든 정리하고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꺼내서 자신을 구성할지 생각해 봅니다. 저는 기쁨의 순간을 먼저 꺼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과거의 시간이 닫혀있듯 미래의 시간도 닫혀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해봅시다. 질적으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건, 장담할 수 없어도 양적으로 좋은 시간을 일단 채워 넣어 보려고요.
내가 좋아하는 나, 나를 좋아하게 만든 순간, 나를 돕던 콘텐츠, 시간, 장소,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결코 그냥 홀로 외로이 있지 않을 겁니다. 자꾸만 외롭고 답답한 생각이 든다면, 나를 잘 해석해줄 누군가의 말을 냉큼 믿어봅시다. 제가 그랬거든요. 나를 믿지 못한다면 나를 잘 해석해준 타인의 말을 믿어보세요. 그 말이 나에게 즐거운 감각이 펄펄 느껴지게 만든다면 더 좋고요. <반갑잔치>는 만으로 꽉 찬 서른 살을 맞이한 저를 그렇게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아끼고 살뜰히 키워온 장성한 '나'를 위한 잔치였습니다. 이 뻔뻔한 생일잔치의 주최자는 자신이고 가장 먼저 초대할 사람 역시 '나'였습니다. 이 정도면 뻔뻔하게 스스로 생일 축하는 이유가 설명되었길 바랍니다.
여러분, 저 오늘 생일이에요. 이건 생일맞이 인터뷰 입니다. 선물 대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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