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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Oct 11. 2022

전시독후감 연혁

2016년부터 현재까지~


2016년
질문의 시작

나의 전문성을 찾아서 

박물관에서 일을 시작한 건 근현대사 박물관에서 였습니다. 저는 역사를 전공한 것도 그렇다고 교육을 전공한 것도 아니였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박물관 전문가가 아닌데, 저에게도 낯선 ‘근현대사’를 어떻게 익히고 알리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시를 더 꼼꼼히 보는 것이 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인턴을 마무리하는 연구발표회에서 지금의 전시독후감의 초기 버전을 제안하게 되었죠. 프로그램의 이름은 그때 나왔어요.


내가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말할 이유 

꼼꼼하게 살펴보기로 맘먹고 실행하다보니 새로운 것들이 보였습니다. 같은 해 봤던 국립민속박물관의 <노인>전은 저의 생각을 더욱 결심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전시는 ‘노인, 오랜 경험 깊은 지혜‘라는 주제에 걸맞게 4명의 노인을 조명했습니다. 저는 전시를 보고나서 의아해졌고 찜찜해졌습니다. 노인들은 모두 할아버지였습니다. 분명 전시기획 의도에는 그렇게 한정 짓지 않았거든요?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전시가 끝났더라고요. 이미 지난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살아계신 분의 물건을 전시하기도 했는데.... 단 한분도 할머니가 없다니? 박물관의 전시니까 당연히 배우려던  자세를 갖고 있던 저에게 사건이었습니다. 그대로 받아드리기 힘들더라고요. 박물관의 전시도 곧 역사적인 기록일 텐데, 게다가 국립박물관인데.... 왜 할머니들의 오랜 경험과 깊은 지혜는 포함하지 않았을까요? 그저 받아드리기만 했던 전시에서 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과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기만 힘들어서 말이 나오고 질문이 생겼습니다.



2017~2018년
고민이 익어가는 시간


헤매면서 숙성시킨 고민

다르고 싶지만 어떻게 다를지는 모른채로 다음을 준비했습니다. 인턴을 마치고 나서는 6개월, 10개월, 13개월. 짧은 계약 기간을 겨우 갱신하며 박물관-미술관에서 연구원으로, 도슨트로, 교육강사로 떠돌았습니다. 그 때 마다 저는 미술 전문가가, 역사 전문가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소화할 수 없는 이야기를 언제나 흠 없이 말하는 역할은 부담이었고 첫 시작의 질문은 그 때마다 다른 방식으로 부풀고 또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 도슨트, 자유관람과는 다르지만 유용한 방법을 내가 가질 수 있을지 헤매였습니다.  저를 머물게 할 곳을 찾는 방식은 전시장일 때도 있고 때로는 책과 논문 일 때도 있었어요. 내가 있을 수 있는 적당한 곳을 헤매면서 그 시간들을 통과했어요.



2019년
첫 발 내딛기

조각들을 모아 아무튼 실행하기

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세 번째 구직을 앞두고 저는 적극적으로 멈추기를 선언했습니다. 저는 1년간 저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어요. 이렇게 꽁무늬만 쫒다가는 지치겠더라고요. 더 빨리, 더 잘 하는 건 자신이 없으나 멈출 수는 있으니 헤매는 건 그만하자고요. 지금까지 모았던 퍼즐을 모아서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저를 도왔던 건 일하는 여성 모임인 빌라선샤인입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실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해준 주변의 여성들은 무엇이든 좋으니 일단 시작해 달라고 했고 그간의 생각을 정리해서 프로그램을 열게 되었습니다. 약속했던 2019년 11월 3회차의 모임 이후, 12월에도 후속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모임을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죠. 

 


2020년
말과 글을 모으기

책자를 만들고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발행하고

그러나 2020년 2월부터 코비드19로 인해 박물관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당장은 없어 보이더군요. 일단은 이전의 기록들을 엮어서 원고를 다듬어 책자로 묶었습니다. 판매나 배포없이 함께 전시를 동행해주신 분들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 원고들을 바탕으로 인스타스램에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지 알리고 싶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이 휘발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무도 기록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기록하고 나에게 증명해주는 시간이었어요. 뭐라도 될 것라고 주문을 외어가며 원고를 묶어 책자로 묶고 인스타그램으로 발행했습니다.



2021년
정규 프로그램 개설과 프로그램 의뢰

상반기, 전시독후감 정기개설

시간이 지나며 박물관도 문을 열고 저도 다시금 전시독후감을 실행합니다. 2020년의 전시독후감이 5-6명으로 닫혀있는 친목 모임이었다면, 2021년부터는 열린 형태의 유료 프로그램으로 나아갑니다. 저에게는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프로그램을 재정비했습니다. 매달 2번씩 서울에 있는 국공립박물관의 상설전시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했습니다.


하반기, <신비한 장난감 가게> 프로그램 개설 

지속적인 실행을 통해 콜드메일을 받게 됩니다. 기존에 전시독후감을 참여했던 분이 자신의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개설을 요청해주셨고 <신비한 장난감 가게> 전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개설되었습니다. 



2022년
국립박물관의 자문위원이 되다


2019년, 전시독후감을 시작한 이후에도 저는 박물관 언저리에서 간헐적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전시독후감 역시 비정기적으로 열였습니다. 그간 저의 소속은 계속 해서 바뀌지만 전시독후감 진행자라는 정체성은 느리고 분명하게 성장해나갔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제가 원하는 답변을 받게 됩니다. 국립문자박물관의 자문위원단이 되었습니다. 2020년 발간했던 책자를 보고 전시독후감 참여자들과 함께 상설전과 특별전 자문위원으로 초청되었습니다. 저는 전시독후감을 그만 둘 생각이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될 전시독후감이 기대가 됩니다. 박물관 밖 박물관 자문위원회를 모을 생각에 설레이기만 합니다. 더 잘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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