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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Nov 09. 2022

나는 당신이 박물관을 곁에 두는 법을 익혔으면 좋겠다.

나의 삶에서 지속가능성은 실패해도 기회를 주는 것들을 말했다. 나만 힘내면 언제든 나아갈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들. 그게 박물관이었고, 동료였고 나였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박물관에서 연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취향을 기르고 교양을 쌓고 상식을 구성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은 효율 없음이 유일한 방식임으로,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므로, 기왕이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그 장소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방식을 익혔으면 좋겠다. 내가 겪어온 실패와 회피, 강박적인 반복의 쳇바퀴에서 경로를 변경하게 만들어준 건 모임과 동료들 덕분이었을까. 서로가 서로의 표지가 되어서 비추어줄 수 있록. 그래서 나는 당신이 박물관에서 배우지 않고 공간에 동료들과 함께 하는 법을 익혔으면 좋겠다.


당신에게는 어쩜 흥미 없을 공간이 나에게는 필요했다. 이제  나는 다른 사람들도 이곳을 잘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더 나은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으며 남은 문장 중 하나는, 그에게 믿을 만한 문장과 말이 없다 고백한 부분이었다. 세상에 쓰여있는 수많은 문장과 언어와 글을 쓸 수 없었고. 때문에 자주 머뭇거리고 집중력을 잃었다는 말이 너무 알 것 같은 묘사였다.


전시장에서 대화의 모양은 제법 웃기다. 말의 첫마디에는 '개인적으로, 저는'이라고 시작하여'같아요, 아닐까요'를 수 없이 붙이며 끝난다. 자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나처럼 느끼고 말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우리는 사회에서, 박물관에서 수 없이 낮은 자세로 부족함을 고백하며 살아왔으므로 이제는 시선을 높여 이야기했으면 한다.


우리는 자신처럼 말하기를 배워야 했고 그 과정의 굴곡과 실패를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당신이 포기하지 않고, 쓸모없는 것들을 누리고, 먹고사니즘에서 매몰되지 않고,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으면,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면 바란다. 그러니 주워진 것에 계속 감탄하면서도 계속 의아하길 바란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은 수준과 교양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경험과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능숙하게 타인을 믿을 수 있고 자신이 가진 이해를 타인에게 비출 수 있는 사람. 자신과 타인을 잘 존중할 수 있는 말과 마음을 갖춘 사람이.


강박적인 반복과 불안한 의심이 가득했던 나의 박물관 관람 기는 이렇게 성장해왔다. 덕분에 나는 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좋아한다.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는 공간이라서, 익숙해질 때까지 충분히 머물 수 있게 만들어줘서. 화려하지 않고 눈길이 가지 않더라도 좋다. 글씨와 모조품으로 가득해도 상관없다.  내가 다음을 만들 수 있도록 열려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하기 때문에. 내가 읽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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