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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재 Mar 04. 2020

올해 야구는 어떨까?

2020년 한국야구 주목할 점 5가지

야구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달포면 플레이볼이다. 늘 그렇듯, 야구는 올해도 흥미로운 경기와 이목을 끄는 이슈로 팬들을 웃기고 울릴 전망이다. KBO 리그뿐 아니라, 올림픽과 해외파 등 안팎으로 얘깃거리가 많다. 2020년 한국야구 주목할 점 5가지를 꼽았다. 코로나19로 야구 시즌은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이 글은 2월 28일 작성했다. 부디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돼 맘 편히 야구 즐길 날이 오길 바라본다.



돌아온 올림픽 야구, 2연패 가능할까?


이게 벌써 12년 전이다.


올림픽 야구가 12년 만에 돌아온다. 일본이 개최지 지정 종목으로 야구를 선택해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 부활한 것. 관심은 역시 한국 대표팀 성적이다. 직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연패에 성공할까? 당시 한국은 숱한 명승부를 펼치며 9전 전승 신화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KBO 리그는 800만 관중을 향한 흥행 발판을 마련했고, ‘베이징 키즈’라 불리는 어린 야구 지망생들이 대거 생겨났다. 쿠바와 결승을 벌인 8월 23일은 KBO가 지정한 ‘야구의 날’이 됐다.


도쿄 올림픽 야구는 7월 29일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에서 개막해 8월 8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결승을 치른다. 여느 때보다 적은 6팀 출전. A·B조 각 3팀씩 편성, 조별예선 후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승자를 가린다. 메달을 따긴 비교적 쉬운 구조다. 참가팀이 적은 데다 조 꼴찌를 해도 토너먼트에 진출하고 패자부활전까지 있어서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 WBC와 프리미어 12에서 체감했듯 세계 야구는 상향 평준화됐다. 이전만큼 대표팀 전력이 우위에 있지 않다. 병역 혜택 논란으로 여론마저 뒤숭숭해 대표팀을 향한 냉소와 불신도 적잖다.


다시 한번 영광의 자리에 오르려면 여러모로 분발해야 한다. 성적과 세대교체, 두 마리를 다 잡아야 한다. 이정후, 김하성, 강백호, 이영하, 조상우 등 프리미어 12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선수들이 이제 주축으로 올라서야 한다. 팬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엔트리 구성과 선수 기용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안 그래도 안팎에서 한국 야구 위기론이 나오는 상황. 디펜딩 챔피언으로 오랜만에 나서는 올림픽 성적에 시선이 더 쏠릴 수밖에 없다. 베이징에 이어 도쿄에서도 지휘봉을 휘두를 김경문 감독 어깨가 그만큼 무거운 이유다.


(사진=베이징 올림픽 공동취재단)



두 단장이 찍을 ‘현실 스토브리그’


드라마 스토브리그와 현실 스토브리그.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인기다. 리그 꼴찌 드림즈에 새로 온 백승수 단장이 스토브리그 동안 팀을 개혁하며 시즌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야구계와 접전이 없던 백 단장은 부임하자마자 냉철한 태도로 거침없이 행보한다. 패배주의와 안일함에 찌든 드림즈를 체질 개선한다. 드라마를 본 야구팬들은 백 단장에게 열광한다. “우리 팀에도 백승수 같은 단장이 오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왜? 그만큼 KBO 리그에도 총체적 난국에 빠진 팀이 많아서이리라.


‘현실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단장만큼 주목받는 인물, 롯데 성민규 단장이다. 미국 생활을 오래 해 KBO 리그와 관련이 적은 역대 최연소 단장(부임 당시 만 37세). 작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팀을 맡은 점도 백 단장과 닮았다. 스토브리그 행보 역시 과감하다. 트레이드·FA 영입으로 팀 약점인 포수(지성준)와 내야(안치홍)를 채워 팀 전력을 순식간에 끌어올렸다. 감독 선임과 외국인 선수 영입도 잡음 없이 마무리. 무엇보다 롯데 고질적 약점인 업무 프로세스와 트레이닝·육성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지속 가능한 구단 운영 체계를 세우는 중이다.


백 단장과 결은 좀 다르지만, 한화 정민철 단장도 부임 후 성 단장 못지않은 개혁 행보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선수·코치 경력과 해설위원 경험을 살려 팀을 차근히 뜯어고치는 모습. 트레이드로 수준급 포수 유망주(지성준)를 내주고 당장 필요한 선발 자원(장시환)을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에 적극적이다. ‘주먹구구식 야구’에서 벗어나고자 육성 시스템도 체계적·과학적으로 개편. 운동 역학 박사로 이론에 해박한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선임한 건 상징적이다.


롯데와 한화는 ‘KBO 리그의 드림즈’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팀. 전력 자체도 하위권이지만, 그간 이해하기 어려운 팀 운영과 갖가지 논란으로 팬들이 뒷목을 잡게 했다. 백승수 단장이 가장 절실한 덴 두 팀일 터. 공교롭게도 젊고 개혁 성향인 두 단장 성민규, 정민철이 팀을 맡았다. 과감한 전력 보강과 합리적 프로세스 구축으로 리빌딩을 이끄는 중. 성공한다면 응원하는 팬들도 기쁘지만, 리그 전반에 전력 평준화와 개혁 열풍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야구계에도 긍정적이다. 과연 두 단장은 ‘현실 스토브리그’를 해피엔딩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


(사진=SBS·롯데 자이언츠·한화 이글스)



‘FA 등급제부터 엔트리 확대까지’ 확 바뀐 제도


각 구단 단장이 모인 KBO 실행위원회. 주로 여기서 제도를 뜯어 고친다.


올해 KBO 리그엔 새로 생기거나 바뀌는 제도가 많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변화가 리그 양상과 문화를 얼마나 바꿀지 기대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FA 등급제’. 준척급 선수가 보상규정에 발목 잡혀 FA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걸 완화하고자 시행한다. FA 선수를 구단·전체 연봉 순위에 따라 A~C등급으로 나눠 보상 정책을 차등화하는 게 골자다. 선수 권익이 높아지는 건 물론, 수요에 따른 선수 이동이 활발해져 더 뜨거운 스토브리그가 펼쳐질 전망이다.


1군 엔트리도 확대한다. 현재 27명(25명 출장)에서 28명(26명 출장)으로 한 명 늘어난다. 9월 1일부터 적용하는 확대 엔트리도 마찬가지. 더 원활한 엔트리 운용이 가능하다. 부상자명단 제도도 생긴다. 선수가 정규시즌 경기나 훈련 중 다치면 10일·15일·30일 중 골라 부상자명단에 올릴 수 있다. 선수는 등록이 말소되지만, 등록일수는 인정받는다. 부상으로 FA 취득이 늦어지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외국인 선수는 이제 3명 다 한꺼번에 나올 수 있다. 그간 꺼려진 외국인 타자 2명 체제나 불펜 영입이 수월해진다. 더 다양한 조합을 볼 수 있을 듯.


말 많고 탈 많던 3피트 위반 자동 아웃은 사라진다. 심판이 수비 방해 여부를 판단해 결정하고, 판정에 이의가 있으면 비디오판독을 신청할 수 있다. 한편, 비디오판독 시간은 5분에서 3분으로 준다.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은 폐지된다. 작년처럼 정규시즌 1위를 두고 두 팀이 끝까지 동률이면 별도로 1위 결정전을 벌인다. 세 팀 이상 동률이면, 기존처럼 상대 전적 다승-다득점-전년도 성적 순서로 순위를 정한다. 한국시리즈 1·2·5·6·7차전은 1위 팀 구장에서 진행한다(기존 2-3-2→현재 2-2-3). 또, 투수를 뺀 모든 야수는 이제 수비 페이퍼를 쓸 수 있다.


(사진=KBO)



‘이적’ 류현진과 ‘입성’ 김광현 성적표는?


시즌 끝까지 이렇게 웃는 모습이길!


해외파 활약은 어떨까? 우선, 작년 사이 영 상 2위로 정상급 시즌을 보낸 류현진. FA로 블루제이스와 4년 8천만 달러 계약을 맺고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선발이 신통찮은 팀에서 류현진은 1선발 겸 에이스라는 중책을 맡는다. 일단 기대가 크지만, 걱정도 적잖다. 류현진이 뛸 AL 동부는 양키스, 레드삭스 등 강타선이 즐비한 지구. 팀 홈구장 로저스 센터는 손꼽히는 타자 친화 구장이다. 최근 4년간 연평균 100이닝도 못 던진 류현진의 내구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세간의 우려를 뒤로하고 새 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길 바라본다.


KBO 리그 대표 에이스 김광현은 마침내 꿈의 무대를 밟는다. 카디널스와 2년 최대 1천 1백만 달러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포함한 계약을 맺은 것. 5년 전, 포스팅을 통한 ML 진출에 실패한 아픔을 깨끗이 씻었다. 당장 목표는 선발 꿰차기. 5선발을 두고 카를로스 마르티네즈와 경쟁한다. 작년 커리어 하이에 버금가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나이(만 31세)도 기량이 절정에 이를 시기에 다다른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하다. 커브·스플리터 등 3·4구종이 얼마나 잘 먹히느냐가 관건. MLB.com 선정 포수 9위로 건재한 야디어 몰리나와 호흡도 관전 포인트다.


ML 16년 차 베테랑 추신수는 유종의 미를 노린다. 레인저스에서 마지막 시즌. 그간 몸값에 비해 아쉬웠던 활약을 조금이나마 만회해야 한다. 작년 커리어 최다 24홈런을 때릴 만큼 타격은 나쁘지 않은 편. 문제는 최악에 가까운 수비로, 올해 풀타임 지명타자로 뛸 게 확실하다. 방망이에 집중해 제 몫을 해주길 바랄 뿐. 작년 127경기 OPS 0.822로 쏠쏠한 활약을 한 최지만은 올해도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인다. 일단 최지만이 한발 앞서있지만, 좌투수 약점 탓에 플래툰 출장이 불가피하다. 더 완성도 높은 기량으로 자리를 확고히 다질지 주목된다.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야구산업화 숙원 ‘KBO.com’ 올해는 생길까?


역대 최악의 총재를 면하려면 이거라도...


정운찬 KBO 총재는 취임 때부터 야구산업화를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KBO 리그를 위해선 모기업 의존을 낮추고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야구산업화 관문이자 숙원은 통합마케팅 활성화다. 마케팅 수익을 극대화·효율화하려면 리그 사무국과 전체 구단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른바 ‘KBO.com’ 얘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온라인 야구 중계, 뉴스, 티켓 판매, 구단 용품 쇼핑몰 등 미디어·마케팅 채널을 일원화해 야구산업화 기반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KBO.com은 미국 ‘MLB.com’을 본뜬 계획이다. MLB는 버드 셀릭 커미셔너 시절, 각 구단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던 홈페이지를 MLB.com으로 통합하고 적극적인 미디어·마케팅 활동을 시작했다. 야구 뉴스·영상·기록은 물론 티켓과 굿즈 구매까지 MLB.com에서 이용토록 한 것. MLB.com은 대성공을 거둬 리그가 산업적 황금기로 나아가는 데 기여했다. 오늘날 MLB가 관중 감소 속에서도 100억 달러 수입을 거두는 발판으로 기능 중이다. 리그 규모와 환경은 다르지만, 한국도 KBO.com으로 MLB.com 성공을 따른다는 계산이다.


말처럼 쉽진 않다. 구단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서다. 특히 자체 마케팅, 스폰서 계약, 용품 독점 판매로 당장 아쉬울 게 없는 인기 구단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포털 뉴스·영상에 익숙한 팬들을 새로 끌어들이는 일도 고민거리. 기존 미디어와 차별화한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우선 과제다. 그간 KBO.com 실현이 지지부진했던 것도 이런 장벽 탓. 올해는 좀 다를까? 일단 KBO는 KBO.com 모델과 관련한 컨설팅을 외부 기관에 의뢰한 상태다. 구단과 조율도 꾸준히 진행 중. 비록 정운찬 총재가 공약한 올해 론칭은 어렵더라도, KBO.com을 향한 묵직한 초석을 쌓아 야구산업화를 향한 발걸음을 확고히 내디딜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KBO)




2020년 한국야구 주목할 점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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