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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재 May 13. 2020

야구 움짤, 되는 겨? 안 되는 겨?

저작권 논란이 KBO에 묻는 책임

올해부터 KBO가 이른바 움짤과 같은 야구 영상 기반 2차 가공물 저작권 단속을 강화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작년 이동통신 3사와 포털 2곳이 연합한 컨소시엄이 5년 총 1100억 원 규모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맺었는데, 많은 돈을 낸 만큼 저작권 보유 주체 의견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실제로 구단들이 자체 유튜브에 올리는 더그아웃 직캠도 그라운드를 절대 찍지 못하도록 윈터 미팅 때 방침을 세웠다. 컨소시엄 의견을 반영한 결과이리라.


저작권을 보유한 컨소시엄 권리는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움짤을 규제한다면 법적으로 할 말은 없다. 다만, 실제로 규제가 이뤄져서 움짤이 위축되고 사라진다면, 그게 과연 야구에 좋은 일일지 의문이다. 움짤은 이미 야구팬들에게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았고, 움짤을 매개로 야구를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이 적잖은 상황이다. 야구 인기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이런 마당에 움짤이 사라진다면, 그만큼 관심도와 확장성을 놓치고 말 것이다.


당장은 움짤 규제가 이뤄지진 않을 듯하다. <MBC> 보도에 따르면, 컨소시엄은 당장 적극적으로 규제할 계획은 없다고. 하지만 언제든 태도는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이렇게 놔둬도, 당장 내년부터 금지할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순전히 컨소시엄 선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게 없다. 그래서인지, 일부 업체는 KBO가 움짤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움짤이 계약상 저작권에 해당하는지 안 되는지 교통정리를 하라는 거다.


그런데 우리의 KBO, 도통 말이 없다. 팬들은 전전긍긍인데, KBO 일 처리를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애초에 뉴미디어 계약을 맺을 때, 움짤 저작권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이런 문제가 불거질 걸 정말 몰랐을까. 안 그래도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당시, KBO가 접근성이 가장 높은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는 문호를 개방하지 않기로 해 비판이 나왔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구단들 압력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계약을 맺은 셈이다. 무슨 생각일까.


정운찬 총재는 입버릇처럼 젊은 팬을 늘리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산업화 기반을 세우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KBO가 하는 일을 보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움짤 논란을 비롯해 야구 콘텐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당장 KBO가 운영하는 유뷰브 채널과 SNS만 보더라도 뉴미디어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게 훤히 보인다. 이런 마당에 팬들과 구단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콘텐츠를 위축시킬 여지를 주니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어쨌든 장기적으로 이런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야구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KBO가 더 부단히 고민해야 한다. 이런 지점에선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스포츠가 오히려 야구보다 앞서가는 모양새 아닌가. 움짤 논란은 바로 이런 책임을 KBO에 묻고 있다.




야구 움짤, 되는 겨? 안 되는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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