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올해는 선발야구각?!
5연패에도 희망이 보이는 이유
시즌 극 초반이지만, 한화 선발투수진이 심상치 않다. 각종 팀 선발투수 지표에서 상위권을 달리며 그토록 바라던 선발야구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이다. 한화 팬으로서, 영 어색한 상황.
무려 한화 선발진 기록! (13일 스탯티즈 기준)
선발 ERA 1위
선발 WAR 1위
선발 QS% 1위
경기 당 이닝 1위
깜짝 선발 임준섭을 빼면, 올해 선발 등판한 투수마다 5이닝 이상 소화하고 3실점 이하로 어떻게든 틀어막고 있다. 에이스 워릭 서폴드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 반 걱정 반이던 국내 선발진도 제 몫을 하는 모습이다. 채드벨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선발진이 잘 돌아가는 이유다.
한화 선발투수 등판 기록 (13일 기준)
5/5 vs SK 서폴드 9이닝 무실점 QS+
5/6 vs SK 임준섭 1.2이닝 2실점
5/7 vs SK 장시환 6이닝 2실점 QS
5/8 vs 키움 장민재 5이닝 3실점
5/9 vs 키움 김이환 5이닝 1실점
5/10 vs 키움 서폴드 6이닝 2자책 QS
5/12 vs KIA 김민우 7이닝 1실점 QS+
5/13 vs KIA 장시환 6이닝 3자책 QS
장시환은 피안타가 많고 제구가 흔들림에도 어떻게든 틀어막고 이닝을 먹어주는 게 인상적이다. 13일 KIA전에선 117구를 던지는 혼신의 역투를 선보이기도. 김민우는 첫 선발 등판에서 인생투를 펼쳤다. 6회까지 노히트를 기록하고 삼진도 개인 최다인 8개나 잡았다. 겨우내 속구와 포크폴 궤적을 최대한 비슷하게 보이도록 하는 피칭 디자인을 한 게 효과를 발휘했다고.
5선발 경쟁 중인 신예 김이환도 제구가 완전하진 않았으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작년 국내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이 던진, 풀타임 선발 2년 차 장민재도 키움 강타선을 상대로 나쁘지 않은 투구를 펼쳤다. 한화는 1선발부터 5선발까지, 일단 자기 역할을 잘 해내는 중이다.
선발야구가 가능하면 결국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다. 올해는 안 그래도 일정이 빡빡한지라, 선발이 오래 버티면 그만큼 불펜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실 그간 한화 마운드의 고질적 문제는 선발이 일찍 무너지는 데서 일정 부분 기인했다. 선발이 이닝을 못 먹어주니 자연히 불펜 소모와 혹사가 많아졌다. 선발 뎁스가 얇은 탓에 준비되지 않은 젊은 투수를 무리하게 선발 투입하거나, 불펜으로 마구잡이 기용해 체계적 육성을 방해하기 일쑤였다. 선발투수가 버텨준다면 그만큼 투수 육성에도 숨통이 트이고 리빌딩 목표에 성큼 다가갈 수 있다.
문제는, 선발이 잘 던지는 데도 팀이 자꾸 진다는 데 있다. 역전패가 많다. 불펜이 불을 지르고 방망이가 비효율적인 탓이다. 아쉽지만, 예상 못 한 일은 아니다. 이미 올해 한화 투타 전력은 하위권으로 전망된바. 오히려 선발진이 잘 던지는 게 의외이고, 그래서 희망적이다. 선발야구가 가능하면 불펜과 방망이는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당장은 지는 경기가 많더라도, 경기 수가 많아지면 결국 선발이 잘 던지는 팀이 안정적인 야구를 펼치기 마련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설레발일 뿐이다. 선발 로테이션이 다섯 번 정도 돌고, 서른 경기 정도는 치러야 정말 달라졌는지를 알 수 있으리라. 과연 한화가 지금 흐름을 계속 이어갈까? 그래서 그토록 염원하던 선발야구를 올해는 펼칠 수 있을까? 연패에도 한화엔 희망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