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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함께 공존하는 법 배우기

by 민들레

아마도 그날은 밀린 설거지를 하고 늘어져있던 옷을 정리하던 중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절반씩 나눠서 집안일을 해야 하나 조금 힘이 남는 사람이 더 많이 안 되는 걸까?'

남편이 공부하고 있기에 내가 좀 더 여유가 있는 건 사실이다.

즐겁게 내가 좀 더 집안일에 마음을 쓰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렵다.


혼자 집안일하며 열을 내다가

"너는 왜 이렇게 집안일에 소홀하냐!"라고 남편에게 잔소리하고

"나도 힘들다!"며 얘기한다.

집안일을 조금 덜하고 다른 걸(글쓰기나 책 읽기 등 나만의 시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래서 남편에게 한 소리 한 것인데, 그것으로 인해 더 큰 감정 소모를 하고 집안일도 또 원래 하려고 했었던 일도 하지 못했다.


정말 하루를 살아가는 데 무엇이 이득인 걸까?

남편과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누어 나만의 자유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는 것일까?

그런데 동거인이 힘들면 나도 그 영향을 받는다.

남편도 나도 매일매일의 컨디션은 다르고 나 또한 분명 힘든 날이 있다.


얼마 전에도 이런 비슷한 감정이 떠오른 적이 있었다.

내가 뭔가 남편보다 집안일을 더 하고 있다고 생각났을 때쯤, 남편이 그동안 챙겨준 것들이 떠올랐다.

자기 전에 거의 매일 발토시(나는 토시를 하고 자는 습관이 있다.)를 찾아주었고, 핸드폰을 대신 충전해주고, 물을 가져다주었다. 또 내가 피곤할까 봐 자기가 아이를 볼 테니 들어가서 조금 쉬다 나오라고 한 적도 있었다.


명확한 선을 그어 일을 반반 나누고 자기 할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나는 사소한 일조차 부탁할 수가 없었다. 이 논리에서는 자기 일은 무조건 자기가 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집안일의 부담은 2-3배로 불어났다. 거기다 치울 시간도 부족하다.

그렇지만 먹고 살아가려면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려야 한다.

이 너무나 소소하고 지리해보이는 집안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빨래는 더더욱 밀리고 음식은 다 사 먹어야 하고 집안은 난장판에.. 휴 일상이 무너진다.


예전에 정화 스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으면 집안일을 딱 그만두고 쉬어야 한다고.

집안일 혼자 하고 화내지 말기. 힘들면 조금 더럽더라도 내버려 두기. 남편이 해준 고마운 일들을 생각하기.


함께 좀 더 현명하게 집안일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어렵지 않은 것 같다.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07:02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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