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린이집 상담을 다녀왔다.
올해 입학 후 두 번째 상담이었다. 상담 전 아이의 발달이 어떤지 담임 선생님께서 작성해서 주신다.
그리고 그 위에 부모가 궁금했던 의견을 적는다.
우리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오전 3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만 1살, 아직 한참 어려 보이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기 힘들어할 것 같아서였다.
여전히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엄마를 찾기 일쑤. 우리는 더 많은 자유시간을 포기하고 12시 40분이면 아이를 데리러 간다.
아이는 어린이집을 참 좋아한다. 짧게 있어서 더 그런 것일까? 9시에 가면 곧 간식을 먹고 산책을 다녀오고 점심을 먹는다. 계속 먹고(ㅋ) 친구들과 놀고 재밌는 것 만을 하다오니 어린이집이 싫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어린이집 상담에서도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 우리 또한 아이에게 걱정되는 것 또한 많지 않았다.
아이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생활했다.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던 때가 기억난다.
'코로나 시기에 보내도 될까?' '위험하지 않을까?'
'너무 일찍 어린이집에 보낸 건 아닐까?'
'3년은 아이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데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코로나가 걱정된다고, 엄마가 무조건 집에서 아이를 끼고 있는다고 아이 그리고 나에게도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엄마가 숨 쉴 틈이 없으면 그 스트레스가 곧바로 아이에게 전달된다.
문화센터를 같이 다녔던 엄마가 말했다.
"하루 종일 아이랑 붙어있다 보니 코로나보다 지금 내가 더 위험해@.@"
우리 부부는 마침 아이가 입소 순서가 되었다고 해서 18개월에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고,
적당히 타협을 본 게 오전에 가서 점심까지 먹고 오는 그 3시간이다.
아이는 14개월에 시간제 보육(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시간별로 아이를 케어해준다.)을 시작했지만, 2-3시간 돌 다오는 것과 점심까지 먹고 오는 것은 정말 차원이 달랐다.
남편과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에 집을 치우고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무엇보다 다시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체력을 쌓을 수 있었다.
분명 어린이집을 보낸 건 우리 가족(아이, 남편 그리고 나)에게 모두 좋았던 선택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고민되는 순간이 많다. 물론 출산하지 않았을 때도 여러 질문이 있었지만, 뭔가 아이에 관한 문제 앞에 서면 더 심각해지고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순간의 결정으로 아이가 잘못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래도 더듬더듬 조심스럽게 선택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우리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육아에 어떤 정답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자꾸만 나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고 걱정한다.
어떤 선택을 하며 그 이유를 자신이 잘 설명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그런 이유들이 쌓여서 나만의 철학(!)이라는 것을 만들어 줄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집 적응기간. 집에서 아기 요플레만 주었더니 어린이집에서 주는 달달한 요플레가 엄청 맛있었던 것 같다ㅎㅎ
2020년 11월 20일 금요일. 06:32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