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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의 시작, 불쾌해하며 말하기

by 민들레

2:15 쟁사의 경


1.[세존] "수행승들이여, 어떤 쟁사가 일어날 때 잘못을 범한 수행승과 힐문하는 수행승이 스스로 자신을 잘 성찰하지 않으면, 수행승들이여, 그 쟁사는 필연적으로 지연과 소란과 포악으로 이끌어질 것이고 두 수행승들은 화평하게 지내지 못할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어떤 쟁사가 일어날 때 잘못을 범한 수행승과 힐문하는 수행승이 스스로 자신을 잘 성찰하면, 수행승들이여, 그 쟁사는 결코 지연과 소란과 포악으로 이끌어지지 않을 것이고, 두 수행승은 화평하게 지내게 될 것이다.
2. 수행승들이여, 어떻게 잘못을 범한 수행승이 스스로 자신을 잘 성찰하는가? 수행승들이여, 여기 그 잘못을 범한 수행승이 이와 같이 '나는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질렀으므로 그 수행승은 내가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았다. 내가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 수행승은 내가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참으로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질렀으므로 그 수행승은 내가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았다. 그 수행승은 내가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나서 불쾌해했다. 그 수행승은 불쾌해하면서 나에게 불쾌한 말을 했다. 그 수행승이 불쾌한 말을 하자, 나는 불쾌해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므로 나는 그것에 관하여 밀수품에 대해 세금을 물어야 하는 사람처럼 잘못을 범했다.라고 스스로 자신을 성찰한다. 수행승들이여, 그 잘못을 범한 수행승은 이와 같이 스스로 자신을 성찰한다.


3. 수행승들이여, 어떻게 힐문하는 수행승이 스스로 자신을 잘 성찰하는가? 수행승들이여, 여기 힐문하는 수행승이 이와 같이 '이 수행승은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질렀으므로 내가 이 수행승이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았다. 이 수행승이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나는 이 수행승이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수행승이 참으로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질렀으므로 내가 이 수행승이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았다. 이 수행승이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나서 나는 불쾌해했다. 나는 불쾌해하면서 이 수행승에게 불쾌한 말을 했다. 내가 불쾌한 말을 하자 이 수행 승도 불쾌해하면서 다르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므로 나는 그것에 관하여 밀수품에 대해 세금을 물어야 하는 사람처럼 잘못을 범했다.'라고 잘 스스로 성찰한다. 수행승들이여, 그 힐문하는 수행승은 이와 같이 스스로 자신을 성찰한다. (『앙굿따라니까야』, 235쪽)




지난주 세미나를 하며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다.

"잘못을 범한 수행승"은 당연히 스스로 성찰해야 하지만 왜 "힐문하는 수행승"까지도 잘못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걸까? 왜? 그에게는 또 무슨 문제가 있길래?

사실 힐문한 수행승의 경우,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인용문에서도 말했듯이 잘못을 범한 수행승이 "신체적으로 어떤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힐문하는 수행승 또한 그 사건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어떤 말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도 잘못을 범한 수행승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잘못할 일을 아예 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무의식에 새겨진 어떤 신체적, 언어적 습관이 (나도 모르게) 튀어올라와 바르지 못한 행위를 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주석을 보고 부처님 말씀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힐문한 수행승의 경우에도 불쾌해 한 잘못과 불쾌해하면서 말한 잘못의 두 가지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힐문한 수행승은 한 수행승의 잘못을 보았고 그것에 대하여 힐문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굳이 불쾌해하고 불쾌해하면서 말해야 했나?


인용한 부분은 쟁사의 경이다. 힐문하는 수행승이 불쾌함을 느끼고 불쾌해하면서 말하니, 그 말을 듣는 수행승 또한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그러니 감정이 틀어지고 싸움, 즉 쟁사가 발생한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건데... 꼭 그렇게 이야기했어야했니?(- -^)' 잘못을 범한 수행승의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 * *



얼마 전, 남편이 드라이기를 쓰고 콘센트 마개를 다시 닫아두지 않은 걸 발견했다.

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제발 드라이기 쓰고 나면 콘센트 마개 좀 꽂아줘~"


그렇게 말하고 문득, 그 말을 하는데 굳이 꼭 화를 내며 했어야 했나? 그냥 조금 편안한 말로, 좋은 말(^^;;)로 했으면 됐을 텐데... 생각해보니 이런 일이 생기면 나는 대부분 화를 내며 말했다. 왜? 당연히 드라이기를 쓰고 콘센트 마개를 원위치하지 않은 너, 남편(!)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번 글에서도 고백했듯 살림이 누가 잘하고 잘못했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비난하는 그런 일이 아니다. 결국에는 하루를 (큰 일 없이, 큰 감정 소모 없이) 평안하게 보내는 것이 우리 가족 모두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미 "불쾌해하며 불쾌하게" 말했기 때문에 그 말을 듣는 남편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편의 기분 나쁜 감정은 쌓여서 내가 하는 어떤 행동에 트집을 잡을 수도 있고 또 괜히 성질을 부리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원인은 '그 불쾌함'이었는데 말이다. 같이 살며 이런 일을 너무나 많이 겪는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나는 뭘 그렇게 잘한다고 남편을 그렇게 "힐문"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화를 더 잘 낸다고, 말(싸움)을 더 잘한다고, 더러운 게 더 눈에 잘 보인다고... 모든 일에 내가 너보다 더 잘한다는, 우위에 있으려고 하는 마음인 건가? 아 나 참 못났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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