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언제나 나의 것!
어제도 코로나 확진자가 451명이 나왔지만, 나는 꿋꿋하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남편은 1박 2일 출장이고 회사에는 일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가정보육을 하면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내겠다고 마음을 정하니 한결 편안해졌다.
'성북구 코로나 때보다는 괜찮을 거야. 아무 일 없을 거야.'
스스로에게 말했다.
긴급 돌봄 기간에도 아이를 보내게 해 준 어린이집 덕분에 우리 가족의 일상이 큰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어제는 저녁 7시쯤, 시장에서 사 온 어묵탕과 대왕 모차렐라 어묵과 함께 밥을 먹었다. 저녁에 음식을 따로 하지 않아 그 에너지가 절약되었는데 설거지가 어찌나 많은지 남편과 내가 기계처럼 돌아가면서 했다. 조금 더 맛있는 거 먹겠다고 요리했으면 큰일 날뻔했다.
아이도 다행히 그럭저럭 잘 먹었다. 자기 의자에 앉아 먹으니 그나마 저지레 할 반경이 줄어들었다. 밥 먹기 전에 바로 호박죽을 먹어서 그런지 많이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장난을 많이 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굿굿!
그렇게 저녁 먹기 미션을 끝내고 이제 양치해서 재우기만 하면 된다.
어제도 아이를 씻길까 고민했지만 우리 부부는 쿨하게 패스하기로 했다.
둘 다 힘들 때 씻기면 힘들어져 서로에게 아니면 아이에게 성질을 내게 된다.
유튜브로 치카송을 틀고 조심스레 치약을 묻혀 치카치카를 제안해본다.
오? 웬일로 엄마가 칫솔을 들이대는 것을 흔쾌히 허락해준다. 양치를 다 마치고 물로 헹구러 가자~고 했는데 역시나... 퉤~하기를 거부한다.
그때가 7시 40분쯤 되었을 것이다. 아직 잠자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그냥 내버려 두었다.
하기 싫은 아이를 억지로 세면대로 데려가 헹구게 하면, 아이는 발버둥 치며 격렬하게 거부한다.
그래도 해보겠다고 어떻게든 아이 입에 물을 넣고 퉤~ 하게 시킨 적이 있었는데 원하는 결과는 얻었으나... 결국 아이는 울고 나도 마음 한편이 좋지가 않았다
남편과 나는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우리는 헹구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설거지를 하고 집안을 치운다.
그러다 갑자기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이 생겼는지 꺼내 달라고 한다.
자, 이제 거래 시작이다.
"퉤~ 하면 꺼내 줄게, 아님 말고~"
아이도 뭐 그렇게까지 놀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는 듯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아니 이건 뭐 연애할 때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밀당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확 데려가 헹구게 하고 싶다.
하지만, 남편은 말했다
"진정해. 이건 주도권 싸움이야. 기다리자ㅎㅎㅎ"
헹구지 않아도 생명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니 편안히 마음먹기로 한다.
정말 이렇게 편한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수행이다.
남편의 말처럼 주도권을 우리 쪽으로 가져오게 해야 한다.
우리는 좋아하는 장조림 반찬을 많이 줄 수 있고, 또 방 한구석에 있는 새로운 퍼즐도 꺼내 줄 수 있다.
해야 할 것을 안 한다면 이제 반찬은 김치뿐이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한참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로 향한다.
그러더니 혼자 입을 헹구려고 하는 게 아닌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하던 집안일을 그만두고 아이에게 간다.
"아~ 이제 퉤~하고 싶구나. 엄마가 도와줄게"
밥을 일찍 먹어 다행히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는 체력과 여유를 확보했기에, 이 사소해 보이지만 중대한 양치 전쟁(퉤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어디를 반드시 가야 한다거나 시간이 촉박할 때, 또 힘이 들 때 아이에게 더 무언가를 급히 요구하고 그걸 하지 않을 경우 성질을 내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말한다.
"네가 말 안 들으면 엄마 힘들어"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최대한 무언가를 하려는 욕망(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는 등등)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해결한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것만 해도 할 일이 참 많다. 아이가 27개월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매일 하루를 살아내기 바쁘다.
그래서 나는 그냥 더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욕망을 내려놓았다. 간단히 건강하게 먹는 게 가장 좋다.(낫또 최고!)
간간히 보던 TV 프로그램 클립도 이제 볼 시간이 없다. 이 모든 것들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며 내가 이제껏 욕망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 것들이 불경의 표현에 의하면 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더욱 증대시키는 것들이 아니었을까? 진짜 내 삶에 중요한 건 뭘까?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그저 그렇게 여유롭게 살았을 것이다.
아이라는 존재는 이렇게 내 삶에 중요한 것들을 무엇인지 질문하고 또 번잡한 습관들은 과감히 버리게 해 주었다.
글을 쓰다 보니 아이에게 또 감사해진다.
아이가 낮잠 자고 일어나면 즐겁게 놀아줘야지.
오늘도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한다.ㅎ
12월 1-2-3일. 집. 15: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