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8 탐욕을 곧바로 앎의 경
1. [세존]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탐욕을 곧바로 알기 위해 세 가지 원리를 닦아야 한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2. 수행승들이여, 1)있음을 여읜 삼매, 2)인상을 여읜 삼매, 3)바램을 여읜 삼매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탐욕을 곧바로 알기 위해 세 가지 원리를 닦아야 한다.
『앙굿따라니까야』, 578쪽
주석. 1092
있음을 여읜 삼매(공삼매), 인상을 여읜 삼매(무상삼매), 바램을 여읜 삼매(무원삼매)에 대하여 Mrp. 2, 386에는 간략하게 '삼매는 통찰을 말하며, 통찰은 영원의 있음, 영원의 인상, 영원의 바램 등이 없음으로 이와 같이 부른다.'라고 되어있다. 이것을 좀 더 상세히 알기 위해서는 Vism 658-659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기서는 삼매 대신에 해탈의 이름을 붙여 각각의 경우를 세 가지 사실의 특징[삼법인]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다.
1. 무상에 대한 새김의 지혜는 '영원하다'는 있음을 벗어나게 하는 까닭에 있음을 여읜 해탈이고, 괴로움에 대한 새김의 지혜는 '즐겁다'는 있음을 벗어나는 것이므로 있음을 여읜 해탈이고, 무아에 대한 새김은 '나는 있다.'라는 있음에서 벗어나게 하므로 있음을 여읜 해탈이다. (중략)
주석은 '영원하다'는 있음, 인상, 바램 순으로 단어만 바뀌고 똑같은 구문이 반복된다. 이 부분 읽으며 삼법인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모든 형성된 것은 무상한 것'이고 '모든 형성된 것은 괴로운 것'이며, '모든 사실은 실체가 없다'(같은 책, 555쪽)는 것이다.
나는 이 삼법인 중에서 "괴로움에 대한 새김의 지혜는 '즐겁다'는 있음을 벗어나는 것"이라는 부분이 와 닿았다. '즐겁다'는 있음, '즐겁다'는 바람. 육아하면서 겪는 마음의 괴로움도 대부분 이 즐겁게 지내려고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제 나는 조금 알겠다. 나는 이제껏 무엇을 '즐겁다'라고 생각해왔을까? 남편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수다 떨며 아이를 돌보는 것, 아이와 놀아줄 사람이 오는 것, 어딘가 재미난 곳에 놀러 가는 것 등등이다. 당연히 이렇게 지내면 즐겁다. 육아가 조금은 수월해진 느낌이고 하루가 금방 흘러간다. 하지만 어딘가에 놀러 가지 못했을 때는 어떨까? 그렇게 힘들다.ㅜㅜ 부처님 언어로 표현하자면 괴롭다. 코로나는 이 모든 것, 사람들과의 만남을 차단해버렸다. 가까운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몇 시간 아이를 놀게 하며 주변 엄마들과 이야기하는 재미도 이제는 찾을 수 없고, 아이가 조금 크면 과학관에도 가보려 했는데 막상 코로나 때문에 갈 수가 없다. 소통할 사람이 줄어들고, 갈 곳이 없어 더더 갑갑하고 하루가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다.
그렇다면 괴롭지 않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고도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까? 어디에 가지 않고도 또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도 가능할까? '아마 그 길은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열반, 해탈의 경지겠지'라고 떠올리며 너무도 높은 경지라 나는 할 수 없겠다며 아주 쉽게(?) 포기한다.
[싸리뿟따] "벗들이여, 이 열반은 행복입니다. 벗들이여, 이 열반은 행복입니다."
[우다인 ]"벗이여 싸리뿟따여, 근데 거기에 느낌이 없는데 행복이 있단 말입니까?"
[싸리뿟따] "벗이여, 바로 거기에 느낌이 없는 것이 행복입니다."
4. [싸리뿟따] "벗이여, 이와 같이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의 대상이 있습니다. 다섯 가지란 무엇입니까? 1) 시각으로 인식될 수 있는 형상들은 원하고 즐겁고 마음에 들고 사랑스럽고 감각적 욕망을 자극하고 애착의 대상이 됩니다. 2)청각으로 인식될 수 있는 형상... (중략)
5. 벗이여, 이와 같이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의 대상을 조건으로 유쾌한 행복이 생겨납니다. 벗이여, 이것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행복입니다.
6. 벗이여, 세상에 수행승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여의고 악하고 불건전한 상태를 떠난 뒤, 사유와 숙고를 갖추고 멀리 여읨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을 갖춘 첫 번째 선정에 듭니다. (중략)
7. 벗이여, 또한 수행승이 사유와 숙고가 멈추어진 뒤, 내적인 평온과 마음의 통일을 이루고, 사유와 숙고를 여의어, 삼매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을 갖춘 두 번째 선정에 듭니다. (중략)
8. 벗이여, 또한 수행승이 희열이 또한 사라진 뒤, 평정하고 새김이 있고 올바로 알아차리며 신체적으로 행복을 느끼며 고귀한 님들이 평정하고 새김이 있고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세번째 선정에 듭니다.(중략)
9. 벗이여, 또한 수행승이 행복과 고통이 버려지고 이전의 만족과 불만도 사라진 뒤,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평정하고 새김이 있고 청정한 네 번째 선정에 듭니다.(중략)
9:34 열반의 행복에 대한 경(같은 책, 1896쪽)
도대체 열반ㆍ해탈에 드는 것이 왜, 그리고 어떤 행복을 주는지 앙굿따라니까야를 더 찾아보았다. 싸리뿟따에 의하면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의 대상을 조건으로 유쾌한 행복"이 생겨나며 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여의면서 "희열과 행복을 갖춘 첫 번째 선정"에 든다고 한다. 두 번째 선정에서는 사유와 숙고마저 멈추고 마지막 네 번째 선정에서는 행복과 고통이라는 감정마저 사라진단다. 마지막 네 번째 선정이 어떤 상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첫 번째 선정에서의 감각적 쾌락을 멀리함으로써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은 조금 알 것 같았다.
한때 핫딜 카페에 빠진 적이 있었다. 엄마들은 저렴한 물건을 어찌나 그렇게 잘 찾아내는 건지 한 번 핫딜 방에 들어가면 꼭 몇 개씩 구입하곤 했다. 보면 살 수밖에 없었다. 마치 이렇게 저렴한데 안사면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과정이 혹독하다. 잘 안 쓰던 홈페이지에서 구입하려고 하면 아이디, 비밀번호부터 찾아야 하고 쿠폰도 받아야 하지 또 할인되는 카드도 찾아 결제해야 된다. 내가 홀려서 구매하는 동안 아이는 옆에서 방치. 그렇게 구매에 성공하고 나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난 핫딜 카페를 끊었다. 집에 불필요한 물건이 늘어나고 저렴하다고 이것저것 사버리니 오히려 더 과소비를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 홀려있는 순간이 힘들었다. 작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품절되기 전에 구매하려고 애쓰고, 한바탕 그 과정을 겪고 나면 지쳐버렸다. 집 앞 마트에서 바로 구입하는 편이 조금은 비싸더라도 내 정신건강에 유용한 듯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으로부터 "멀리 여읨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이 이런 게 아닐까? 소비 욕망에서 벗어나지 냈을 때의 편안하고 차분한 하루 같은 기분 말이다. 아예 핫딜 카페를 떠나니 온통 스마트폰으로 쏠려있던 마음이 해방되었음을 느낀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조금은 다른 행복감과 평정한 길을 만들어낸 부처님. 내가 이제껏 행복하다고 생각해온 것들(맛있는 것을 먹고, 귀여운 물건을 이것저것 사고, 오감만족 여행을 떠나고...)을 의심하게 되고 이제는 조금은 다른 즐거움을 찾고 싶어 진다. 코로나는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식의 삶을 찾게 만들었다. 코로나와 함께 세상은 변했고, 나도 이제 생각을 좀 바꾸려 한다.
그래도 어딘가 갈 수 있었던 때가 그립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