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by 민들레




며칠 전 어린이집 행사가 있다며 선생님께서 잠시 왔다 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요즘 너무나 많은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아이를 잠깐의 행사에도 보내지 못했다. 얼마 전, 조카가 다니는 유치원 교사가 확진자와 접촉을 했는지 큰 시누네가 모두 자가격리 중이다. 14일 동안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하고 격리라니! 아들 셋인 큰 시누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된다. 우리는 자가격리를 피하기 위해 셀프 격리(?) 중이다. 요즘 코로나에 걸리는 동선을 살펴보면 아는 사람들끼리 밥 먹다가 전파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대중교통이나 마트에서 걸렸다는 기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도 신기한 게 이렇게 어린이집에도 안 보내고, 회사에서도 최대한 잠깐 일하다오고, 하루를 보내는 일상이 나름 잘 굴러간다는 거다. 우리는 점점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엄마 아빠의 휴식을 위해 유모차를 태워서라도 낮잠을 꼭 재워야 하고(요즘 조금 컸다고 낮잠을 안 자기도 한다.) 굳이 새로운 장난감을 꺼낼 필요 없이 아무 장난감이나 엄마나 아빠가 즐겁게 놀면 자연스레 같이 놀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 어제 안 가지고 노는 물건을 처분하려고 정리하는데, 옆에 와서 재밌어 보이는지 하나하나 관심을 보이며 가지고 놀았다.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딴 길로 샜다. 아무튼 어제 어린이집에서 작은 선물을 준비하셨다고 하셔서 잠시 들르기로 했다. 빨간 보자기에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 어린이집에서 선물을 받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 앞 시장의 장난감 가게로 향했다. 집에 가서 산타할아버지 선물 보자~로 꼬셔서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녔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아이들이 가게로 계속 찾아왔다. 엄마랑 오는 아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오는 아이. 우리는 보통 구경만 하고 스티커북 하나, 색종이 하나, 장난감 자동차 하나 이렇게 야금야금 사 오곤 한다. 시장에 이렇게 놀러 올 곳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우리는 보통 장난감 가게에 가면 사주지 않는다. 하나하나 들고 오는 것마다 사주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감당이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매번 장난감 가게에서 사달라는 아이와 씨름하기도 싫었다. 보통 아이 몰래 구입해서 숨겨놓았다가 정 힘들 때 하나씩 짠~하고 꺼낸다.


크리스마스 전날에도 역시나 구경 중.ㅋ 다른 걸 살 마음은 크게 없다. 굳이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사줘야 하나 싶다. 아예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를 만들지 않기로 한다.^^;; 그러다 갑자기 어디서 들리는 소리. "어 겸제다!!" 같은 반 어린이집 친구, 시우가 놀러 왔다! 거의 한 달 동안 어린이집을 못 가서 그런지 엄마인 내가 더 반가워했다. 사실 아이들의 시선은 장난감을 향해있었고 부모인 시우 엄마와 내가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어떻게 지내시냐며, 이 코로나 시대에 비슷한 연령의 아이를 키우는 것만 해도 엄청난 동지애가 생긴다. 시우네가 갑자기 겸제에게 어떤 장난감을 갖고 싶으시냐고 물으신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겸제가 가지고 있는 걸 결제하려는 시우 엄마 아빠! 우리 아이에게도 선물을 사주고 싶다고 하신다. 장난감 사장님이 그러면 서로에게 부담된다고 적당히 말려 시우 엄마는 장난감을 사주지 못했고, 아쉬우셨는지 겸제 손에 만원을 꼭 쥐어주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당황했고, 일단 만원을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라 할지라도 아이에게도 장난감을 사줄 마음이 없어서 그런지 당연히 아이 친구에게도 선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중에 연락처를 알아 다른 방식으로 보답하자며 당황스럽고 복잡했던 마음을 정리했다.


그런데도 결국 아이는 지켜보던 장난감을 손에 얻게 되었다. 한 30분 정도 가게에서 놀고 있었을까?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 엄마를 또 만나게 되었다. 그러더니 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그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었다. 그랬더니 다시 장난감을 있던 곳에 두고 가려는 아이. 다행히 사서 가져가는 것을 아직 모르나 보다. 타요 장난감은 따로 가방에 넣어 아이 몰래 챙겨 왔다.


집에 돌아와 어린이집에서 받은 선물을 풀어보았다. 시리얼, 칸초, 초콜릿 쿠키, 씨박스, 초콜릿 예상치 못한 선물에 일단 다시 봉인. 집에서 이런 과자들 우리도 잘 안 먹는데...ㅜㅜ 남편은 급히 주방 수납장에서 밥풀과자를 꺼내오고 베란다에 있는 귤, 숨겨두었던 타요 책, 사과주스를 넣어 다시 선물 꾸러미를 만들었다. 어린이집 선물을 너무 막, 그냥 만든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딱히 어떤 이벤트를 하는 건 아니지만 어린이집 엄마들이 전해주신 마음에 따뜻해졌고 자연스럽게 연말이라는 훈훈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그중 마침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어디에서 살든 좋은 인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작은 확신도 얻었다. 우리는 시우와 서연이에게 어떤 걸 선물해줄까^^ 고민하면서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KakaoTalk_20201225_064032136.jpg 다시 급하게 만든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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