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다 만난 신기한 기분

by 민들레

어제 아이를 재우고 돌아와 남편과 집을 치우고 인요가를 틀었다. 남편은 나보다 더 몸에 관심이 많아 유튜브에서 요가, 스트레칭, 운동 등등 이것저것을 잘 찾아서 한다. 얼마 전에도 "인요가"라는 것이 있는데, 명상과 요가를 동시에 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내게 강력하게 추천해주었다. 나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터라, 요가 영상도 하던 것만 하는데 남편 덕분에 새로운 요가도 종종 시도해보고 있다.


우리가 유튜브에서 구독 중인 요가 콘텐츠는 "김선미 원장 요가"와 "에일린 요가"다. 피로가 많이 쌓여 강력한 힘이 필요할 때는 김선미 원장님의 요가를 보고 명상이나 차분한 요가를 하고 싶을 때는 에일린 샘의 영상을 튼다. 인요가도 에일린 샘의 요가 영상 중 하나다. 에일린 샘에 따르면 인요가는 한 동작을 오래 취하는 것으로 기본 역동적인 요가 동작들과는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남편과 번갈아가며 운동하지만, 어제는 엄마가 오셔서 하나의 영상을 틀고 같이 따라 하게 되었다. 거실에 커튼을 치고 인요가를 시작했다. 요가 자세를 취하고 호흡하는데, 요가를 하는 건지 조는 건지 어쨌든 그 시간이 편안해진다. 비둘기 자세를 취할 때였던가? 한쪽 골반이 뻐근한 채로 엎드려 호흡을 하고 있었다. 에일린 샘이 아픔에 신경 쓰지 말고 호흡, 음악 소리에 집중해 보라고 했다. 그때 갑자기 골반 통증이 사라지면서 뭐랄까 지금 호흡하는 내 몸만으로도 온전한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잘 되지 않는데, 예전에 한의원에서 뜸을 뜰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3-4년 전 일이다. 한의사 선생님이 뜸에 불을 붙이기 전, 그 순간이 엄청나게 긴장된다. 침은 그런대로 버틸 만 한데 뜸은 정말 너무 뜨거웠다. 보통 뜸에 불을 붙이실 때, 나는 온몸에 힘주어 버틴다. 그런데 어느 날은 나도 모르게 몸을 내버려 둔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버티지 않았다. 그냥 호흡하며 받아들여보자라고 생각했더니 뜸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쑥 하고 내 몸으로 들어왔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그런 신기한 기분이었다. 오히려 긴장했을 때보다 아프지 않았다.


이제껏 내 몸뚱이를 지키려 애써왔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내 몸'이라고 힘주었던 것을 내려놓게 되자 더 큰 세계의 일부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자연과 접속하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하는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은 편안하고도 차분했다. 그 순간에는 집안일, 회사일, 공부 등등 아무 걱정이 없었다. 또 이런 느낌을 만날 수 있을까? 어쨌든 요가, 명상을 꾸준히 해보아야겠다. 이런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12월 27일. 집. 6시 20분


홍학.jpg 엄마 요가자세를 따라하는 아들. 홍학이라며 울음소리까지 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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