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2번째 생일

by 민들레

1월 10일 6시 13분 - 12일 6시 27분


금요일,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딸, 주말에 뭐해?"

"뭐 그냥 똑같이 집에 있지~"

"엄마 이것저것 싸들고 올라갈게."

"(놀람)응? 갑자기? 그러셔~"


분명 엄마가 다녀가신 지 2주밖에 안되었는데, 또 우리 집에 오신단다. 이게 무슨 일? 금요일 오후에 도착한 엄마 손에는 들기름, 다시마, 쌀빵, 자몽, 김치 등등 이것저것 들려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 들고 있는 귀여운 케이크까지. 설마 내 생일 때문에? 이제껏 우리 집은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보내지 않았다. 조촐하게 미역국을 끓여먹는 정도였다. 매년 선물을 주고받지도 않았고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기 바빴다. 연애할 때도 결혼하고 나서도 간단히 조각 케이크를 먹을 뿐, 생일이라고 해서 딱히 유난히 무언가를 하진 않았다. 그런데 엄마가 코로나로 마침 일도 없고 또 내 생일 축하 겸 2주 만에 다시 우리 집에 오신다니!


엄마와 2박 3일을 잘 먹고 푹 쉬며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보쌈집에서 포장을 해오고, 와인을 사고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10,000원짜리 귀여운 케이크에 초를 꽂고 내 생일, 미국에 있는 동생 생일, 또 아이 생일을(넌 8월인데 왜 같이 하냐ㅎㅎㅎ) 축하했다. 아이는 불 끄고 생일 축하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엄마가 어제 말씀하셨다. "딸네 집에 와서 때 되면 밥 주고 잠 푹 자고 힐링하고 간다"며. 집에 계시는 동안 엄마가 잘 쉬셨다니 다행이다. 아이 때문에 힘드시진 않으셨나 보다. 엄마도 이제껏 내 생일 때마다 못 챙겨주셨던 것이 마음에 걸리셨던 것 같다. 매년 일하느라 바쁘셨다며. 마땅한 반찬이 없어 우연히 미역국을 끓였는데 마침내 생일이었던 적도 있다며 말씀해주셨다. 학교 다닐 때는 가족들과 생일 파티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나도 우리 가족이 먹고 사느라 매년 바쁘게 지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던지라 굳이 생일에, 생일 선물에 집착하지 않았다. 매년 챙겨야 하는 생일 이벤트를 없애니 오히려 괜한 기대와 번거로움이 줄어들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예상치 못한 엄마의 등장을 더욱 감사히 여기게 된다.


엄마가 코로나로 일이 줄긴 했지만, 그 덕분에 딸 집에 와주셔서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엄마가 가시면 좀 적당히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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