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물의 좋은 점에 주의한다는 것

by 민들레

1월 8일 6시 3분


며칠간의 폭풍이 끝난 듯하다.

"메일에 자꾸 구멍이 난다"는 교수님의 메일. "그만둘까?"라고 남편에게 말하며 하소연하던 그제 아침.

코로나 시기에 이만한 직장은 없다고 생각하며 다시 마음잡고 일한 지 하루가 지났다. 오히려 일을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동안 하지 않으려, 더 바빠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건 원래 내 일이 아닌데...'라고 생각할 때 마음이 더 힘들었다. 교수님께 메일 하나하나를 알려드리고 일정을 챙겨드리니 중요한 회의나 서류를 놓치는 일이 줄었다. 평소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까 봐 수시로 메일을 확인했는데, 이제는 오전에 업무를 정리해서 보고 드리고 나면 오후 시간에는 (혹시나 일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었다. 역시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안이 하나도 안 치워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랑 8시에서 9시쯤 잠을 자러 들어간다. 남편에게는 자유시간을 준다. 새벽에 4시 30분. 이제 내가 일어나 활동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집을 치우는데도 한결같이 어질러져 있다. 집이 너무 정신없으면 아이가 장난감을 밟아 넘어지기도 하고 또 우리까지 산만해지기 때문에 중간중간 장난감을 정리한다. 아이가 자고 난 뒤에 남편이 어느 정도 집을 치워놓는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일어나면 또 조금 치운다. 그렇게 암묵적으로 집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은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화가 올라왔다. '아니 어떻게 하나도 안 치울 수 있지?', '블록 정도는 정리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어제 오전, 남편은 내가 일하는 동안 아이와 놀아주고 본인 세미나 있을 때 겨우 공부했으니 집안일에 마음을 둘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밀린 공부와 운동. 우리가 자러 들어간 9시부터 한다고 해도 늘 시간은 부족할 것이다. 그래도 어제 부탁한 아이의 똥이 묻은 팬티를 빨아 놓았네. 그렇게 남편을 이해해보려 하자 분노가 서서히 사라졌다. 남편이 집을 치우는 사람이 아닌데도 난 늘 집을 내 기준에 맞춰 치워 놓을 것을 요구하곤 한다. 어떤 사건에서도 나의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분노, 화의 성질은 나의 기운을 위로 뜨게 하고 명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한다. 화가 아닌 남편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할 때, 자비로운 마음을 내려고 할 때 내 신체가 편안하고 차분해짐을 느낀다.


어제, 남편이 세미나 시간에 낭송한 스피노자 에티카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우리의 사상과 심상들을 정리함에 있어서 우리는 항상 각 사물의 좋은 점들에 주의해야 하며,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언제나 기쁨의 감정에 근거하여 행동하도록 결정되는 것이다.

에티카, 5부 정리 10 주석 315쪽


나의 일, 또 나의 남편 그리고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건들의 "좋은 점"에 주의하면 우리는 언제나 기쁨의 감정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정화 스님이 말씀하시길 우리는 "마음이 싫어하는 이유를 100가지 이상 만들 수 있다"라고 한다. 싫어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아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도 하나의 연습인 것 같다. 나의 마음을 침울하게, 부정적으로 만들지 않도록 훈련하기. 요즘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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