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하루 보내기
아이는 현재 33개월쯤 되었다. 어느 순간 언어 능력이 폭발적으로 늘더니 입을 쉬지 않고 있는 요즘이다. 옆에서 같이 놀고 있는데도 "엄마, 아빠 우리 같이 놀자~" 잠깐 핸드폰 좀 보려고 하면 바로 "엄마 뭐해?"라고 묻는다. 저녁이 되면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작은 방으로 보내준다. 아이와 나는 이불 위에서 뒹굴 거리며 책을 본다. 책을 2-3권쯤 보고 불을 끈다. 나는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묻는다.
"겸제는~ 오늘 뭐가 제일 재밌었어?"
그랬더니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밥~!"이라고 하는 아이.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한 나.ㅋ 워낙 밥을 잘 먹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밥 먹는 행위를 좋아할 줄이야! 오늘은 "새 어린이집에서 먹는 밥"이 아니라 엄마랑 아빠랑 같이 먹는 밥이 맛있었단다. 얼마 전, 친한 언니가 집에 놀러 온 날이었다. 국어 교사인 언니가 책을 잘 읽어주어 우리는 언니를 '이야기 이모'라고 부른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겸제는~ 오늘 뭐가 제일 재밌었어?"
"이야기 이모 온 거~"
자, 여기까지는 예상한 답변이었다.
"그럼 두 번째로 재미있었던 거는?"
"음.. 이야기 이모 간 거~!"
"이야기 이모가 집에 간 거?"
"어~!"
그다음 순서로 재미있었던 것도 물어봤는데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이야기 이모 배웅해준 거, 손 씻었던 거 등등을 말했다. 아이의 대답을 들으며, 뭔가 내가 즐겁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어느 정도 특별한 것을 해야 즐겁다는 식으로 말이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내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즐겁다고 여겨왔던 것 같다. 아 나도 참 단순하다^^;;
반면 아이는 정말 모든 행위가 재미있나 보다. 밥을 먹는 것도 즐겁지만(이 부분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손을 씻는 것도 즐겁고, 이야기 이모가 집에 돌아가는 것도 즐겁단다. 아들은 손을 씻는 별일 아닌 행동을 할 때도, 또 자기와 재미있게 놀던 이모가 집에 가는 상황까지도 즐겁게 받아들이는구나! 헤어짐이 있어야 만남이 있다는 걸 벌써부터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재미있었던 일을 한바탕 이야기하고 나면 아이는 말한다.
"엄마, 우리 내일 또 즐겁게 놀자~"
오늘도 하루 종일 놀았는데, 내일 또 놀자는 아이.^^; 나도 저렇게 아이였을 때는 매일을 즐겁게 놀았을 텐데! 지금의 나는 어떤 걱정과 망상에 붙들려 충분히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일상을 괴롭게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정말 인간의 본성이란 이렇게 그저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매일매일 즐겁게 노는 아들 덕분에 나의 일상을 되돌아본다.
2021년 3월 24일 9시 25분 - 9시 5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