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밀라 May 07.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1.

김대리 편.


"때르르르르~~~~~릉~~~~~~~~~~~~"




1차 알람 소리다. 10분만 더 잘까 말까. 어제 머리 안 감았는데. 귀찮지만 김대리는 일어난다. 옆에 자고 있는 신랑은 저 시끄러운 알람 소리도 안 들리는지 입을 한 껏 벌리고 계속 잔다. 일단 나부터 씻고 깨워야겠다. 




화장실 변기의 손잡이가 두 달 전부터 말썽이다. 고쳐야 하지만 곧 전세 만기인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수리비가 만 오천 원이라는데 너무 아깝다. 화장실 물 내릴 때마다 덜커덩 거리는 저 손잡이가 걸리적거린다. 하지만 내 집이 아니라서 그런지 잘 참아진다. 그냥 몇 달 더 참아야겠다. 만 오천 원이면 모닝커피가 세 잔이다. 어차피 김대리나 신랑이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기 때문에 무시하고 지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자기야 일어나~ 늦겠어~~!"




신랑을 흔들어서 깨우고 화장대로 간다. 어제 팩을 하고 잤더니 얼굴에 윤기가 난다. 머리에 롤을 말아놓고 화장을 곱게 한다. 오늘은 뭘 입을까. 금요일이니 샤방샤방한 원피스가 좋겠다. 사무실에서는 젊은 편에 속하고 사실 얼굴도 내가 제일 예쁘다. '김대리 오늘 왜 이리 이뻐' 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거울 속의 김대리는 본인이 봐도 아직 괜찮다. 




"자기야, 나 먼저 갈게. 준비하고 잘 다녀와~ 


 퇴근할 때 전화해. 저녁 같이 먹고 들어가던지. "




"어, 그래~ 먼저 가~ 우리 자기 오늘 너무 이쁘다~"




꾸물대는 신랑을 뒤로하고 먼저 나간다. 전셋집이긴 하지만 지하철과 가까워서 그냥저냥 지내고 있다. 그나마도 서울도 아닌 경기도다.  변기 손잡이부터 시작해서 집이 전체적으로 낡아서 전세 계약 연장을 안 하려고 한다. 




신랑과 김대리는 당분간 아이 낳을 계획이 없다. 아이 낳지 않고 둘이 자유롭게 편하게 살기로 했다. 남들은 아파트값이 연일 오른다며 눈에 불을 켜고 부동산 얘기만 하지만 우린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둘 다 대기업 다니니 둘이 벌어 자유롭게 쓰며 산다. 자주는 아니지만 사고 싶은 가방이나 시계도 사고 옷도 큰 고민 없이 산다. 코로나 전에는 분기별로 해외여행은 필수였다. 앞으로도 집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이 없이 둘 다 대기업을 다니지만 둘의 급여로는 어차피 지금 아파트 사기는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전세 살며 기다리고 있다가 새 아파트 청약에나 도전해볼까 한다. 




지하철엔 사람이 언제나 가득하다. 잔뜩 멋 내도 지하철만 들어오면 기분이 나빠진다. 역을 지나칠수록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옷이 점점 구겨진다. 빨리 내리고 싶다. 이어폰 꽂고 핸드폰만 바라본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딱히 할 일이 없다. 




강남역에 드디어 도착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사이렌 오더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출근길 스타벅스는 대기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개찰구에서 나가기 전에 주문해놔야 사무실 근처쯤 갔을 때 간신히 음료를 받을 수 있을까 말까 한다.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린다. 역시나 엘리베이터 앞에는 출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얼른 자리에 가서 한숨 돌리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