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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May 13.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11.

박 대리 편

'과장님 오늘 점심 약속 있으세요?'


출근하자마자 박 대리는 임 과장님에게 메신저로 묻는다. 임 과장은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으로 박 대리 자리를 흘끗 보고서는 메신저에 답한다.


'아니,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개인적으로 상의드릴 일이 좀 있어서요. 약속 없으시면 오늘 점심은 저랑 둘이 해요. 

 점심은 제가 맛난 걸로 대접할게요.' 박 대리는 마치 누가 듣기라도 하는듯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박 대리가 왜 점심을 먹자고 하지? 뭐 잘못한 거 있나? 임 과장은 궁금했지만 일단 점심시간을 기다리기로 한다. 


'응. 알았어. 그럼 나 먼저 약속 있다고 하고 나갈 테니까 박 대리도 적당히 둘러대고 나와.'


'네, 그럴게요. 감사해요 과장님.'


임 과장님과 선약을 하고 나니 박 대리 마음이 한결 가볍다. 무언가 한발 다가 선거 같다. 메신저 창을 닫고 주식창을 재빠르게 열어보니, 꺄악! 42000원! 박 대리는 너무 기분이 좋다. 박 대리를 빼고는 모두 매도를 해서 그런지 더 이상 바이오 주식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즐거움을 같이 누리고 싶은데 말할 사람이 없으니 외롭다.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회사생활이 더 이상 지겹지 않다고 박 대리는 생각한다. 주식 투자를 하기 전에는 매일 재미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저 월급날만 기다리며 지냈는데 요즘은 '주식'이라는 활력소가 생겼다. 이 좋은걸 이제야 시작하다니. 주식은 주식이고 할인쿠폰과 할인카드는 또 그대로다. 박 대리는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임 과장님은 서울에 집이 두 채나 있고 하대리님도 경기도이긴 하지만 자가가 있다. 김대리는 자가는 없지만 아직 젊고 딩크족이다. 아이도 없어서 분기별로 해외여행도 가고 자유롭게 즐기며 산다. 박 대리 본인만 초등학생 자녀도 있는데 아직까지 자가가 없다. 맞벌이로 수입이 나쁘지도 않은데 신랑의 고집 때문에 집을 아직도 못 샀다. 집값이 떨어질까 봐 못 산 게 아니라 대출이 무서워서 못 샀다. 대출 없이 집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임 과장님께 도움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박 대리는 큰 맘먹고 회사 근처 고급 일식집으로 예약을 해둔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대화를 하려면 시끌벅적한 식당보다는 조용한 장소가 좋을 거 같았다. 그리고 임 과장님은 회를 좋아하신다. 박 대리는 임 과장님에게 예약 장소를 문자로 보냈다. 임 과장은 문자를 확인 후 살짝 놀란 표정으로 박 대리를 쳐다본다. '뭐야?' 하는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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