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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May 14.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12.

부동산 투자 선배 임 과장 2-1편.


박 대리가 조용히 문을 연다. 안내받은 3번 방에 먼저 도착한 임 과장님이 앉아계신다.


"과장님, 오래 기다리셨어요? 다른 직원들하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서요. "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어서 앉아."


"네." 하며 박 대리가 대답한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일하는 내내 궁금해서 혼났네. 박 대리가 날 따로 보자고 하고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뇨. 일이 있는 게 아니라 과장님께 상의 좀 드리려고요. 과장님 저 아직도 자가 없는 거 아시죠? 신랑 반대 때문에요. 애는 벌써 초등 고학년인데 아직도 저희 빌라 전세 살아요. 그것도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이요. 이제 좀 정착하고 싶은데 아무리 아파트를 사자고 해도 신랑이 말을 듣지 않아요. 과장님은 서울에 집도 두 채나 있으시고 부동산에 대해서 잘 아시는 같아서요. 저는 뭐 부동산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그래도 자가는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계속 이사 다닐 수도 없고요. 어쩌면 좋을지 상의 좀 드리고 싶었어요."


"아... 집 문제였어? 그랬구나. 박 대리 신랑이나 내 신랑이나 둘 다 은행원인데 왜 이리들 짠돌이에 겁쟁이들이야? 신기하네. 은행 다니면 대출 조건도 좋고 대출받는 사람들도 많이 봤을 텐데 신용불량자들만 봐왔나... 우리 신랑도 대출받는 걸 싫어하더라고. 나도 몇 년 전에 신랑 설득 포기하고 내가 몰래 실거주 아파트 한 채 샀잖아. 첫 집 살 때가 제일 힘들었어. 그런데 그 뒤 집값 오르는 거 보더니 내가 투자로 하나 더 사자고 할 때는 암말 안 하더라고. 집 매수는 여자가 용기내야 해. 박 대리가 용기를 내. 아직까지 자가 있었던 적 없지? 분양에 도전해봐. 일단 당첨되면 계약금만 내면 되고 박 대리는 자가도 오랜 기간 없었으니 당첨 확률이 아예 없진 않으니까."


"분양이요?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거 말씀이시지요? 아... 말만 들어도 좋아요. 서울에 새 아파트라니...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 값이 한 두 푼도 아닌데..."


"자기 '선당후곰'이라는 말도 몰라?"


"'선당후곰'이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응. 먼저 당첨되고 나서 나중에 고민한다는 뜻이야. 그만큼 청약 당첨이 힘들어. 계약금만 마련 가능하면 먼저 아파트 분양권 청약 신청하고 당첨되면 그때 신랑에게 말해. 일부터 저지르는 거지 뭐. 부부싸움 각오해야 할 거야. 그래도 분양권이 제일 싸. 분양권만 당첨되면 로또라는 말도 못 들어봤어?"


박 대리는 일사천리 지시해주는 임 과장님이 너무 고맙다. 역시. 과장님에게 얘기하면 방법이 나올 줄 알았다. 서울에 새 아파트라니. 꿈만 같다. 항상 지저분한 빌라 전세 생활만 했었는데 딸아이 수현이도 좋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행복하다. 왜 진작에 임 과장님께 상담을 안 했는지 후회된다. 이제라도 방법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임 과장은 박 대리의 고민을 들으며 몇 년 전 박 대리와 같았던 자신의 상황이 오버랩된다. 지독히도 대출을 싫어하는 신랑. 임과장네는 초등학생 아들이 둘이나 있다. 그런데 아파트긴 하지만 전세만 고집하는 신랑이 너무 답답해서 결국 임 과장 혼자 일을 저질렀다.


짠돌이 신랑과는 달리 임 과장은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소비하는 건 아니다. 가끔 휴가 내서 친구들과 뮤지컬도 보러 가고 맛집도 찾아다닌다. 뮤지컬 VIP 좌석 가격을 알면 신랑은 놀라 까무러칠 거다. 짠돌이 신랑 몰래 상여금 등은 비상금으로 모아뒀다.


임 과장이 모아둔 비상금만 거의 1억 가까이 된다. 그냥 현금을 저축으로 모은 게 아니다. 재테크를 잘한 덕분에 금액이 커졌다. 회사 주식을 저렴하게 사서 큰 수익이 있었고 적립식 펀드도 만기 때 수익이 좋았다. 그렇게 모으다 보니 어느덧 1억 가까이 됐다. 보고만 있어도 든든한 비상금이다. 그래서 신랑이 아무리 짠돌이 짓을 해도 다 맞춰준다.


가장 큰 이유는 신랑 입장에서 장모님하고 한 집에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신랑은 한 번도 불만이 없다. 물론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친정 엄마가 케어해주는 조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무던한 신랑이 고맙다. 반대로 임 과장은 시부모님하고 있을 때면 너무 불편하다. 애교도 없어서 시댁에 가면 말 한마디 안 하고 무뚝뚝하게 있다가 온다. 직장 상사들이나 동료들에게는 사회성 있게 잘 대하는 임 과장인데 가족들에게는 그게 쉽지가 않다. 하긴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이 있으니까 임 과장 탓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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