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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May 15.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13.

부동산 투자 선배 임 과장 2-2편.


임과장네 아파트는 소위 말하는 서울 한복판은 아니다. 그래도 학군지라서 학령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선호도가 좋은 곳이다. 당연히 전세 수요도 많아서 임 과장 네도 그 동네에 전세로 계속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꾸 오르는 전세가에 안 되겠다 싶어서 몇 년 전 신랑 몰래 전세 끼고 아파트를 사뒀다. 전세 수요가 많은 곳이라 전세가와 매매가가 그리 큰 차이가 없었고 대기업 다니는 임 과장에게 1 금융권 대출이 비교적 쉽게 나왔다. 임 과장이 가지고 있는 비상금과 대출금을 합쳐서 전세 끼고 사뒀는데 몇 년뒤 집값이 폭등했다.


어느 날 임 과장 배우자가 우울한 얼굴로 퇴근했다. 임 과장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묻는다.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표정이 왜 그래...?"


"응... 뭐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내 밑에서 맨날 업무실수한다는 김대리 있잖아."


"아... 저번 달에 와이프가 아기 낳았다던? 덤벙거려도 사람은 착하다고 했잖아."


"응. 그 김대리가 몰랐는데 몇 년 전에 서울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했대. 그런데 그게 지금 가격이 분양가의 두 배를 넘었다고 하네. 나보다 한참 젊은 친구인데 그런 비싼 아파트를 갖고 있다고 하니 다시 보이더라고. 사람이 참 간사하지. 축하해줘야 하는데 배도 아프고 난 뭐했나 싶고. 분양권 매수할 때 맞벌이하는 와이프랑 모은 돈으로 계약금 넣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최대치로 대출받아서 진행한 거라는데 어린 친구가 대담하다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렇게 기분이 다운된 거였어? 어리바리 김대리는 서울에 떡하니 자가가 있는데 대출 무서워하는 상사는 아직도 전셋집에 살고 있어서?"


"아니... 뭐.. 꼭 그렇다기보다는... 뭐... 그런 셈이지... 이제 그 친구를 어떻게 따라잡나 싶고 이러다 영영 집 못 사는 거 아닌가 싶고... 난 뭘 그렇게 무서워했나 싶고... 그냥 기분이 그래서..."


풀이 잔뜩 죽은 임 과장 남편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임 과장은 그런 남편을 지그시 바라본다. 짠돌이이긴 하지만 성실한 배우자다. 아이들에게도 잘하고 회사에서도 보나 마나 성실히 일할 것이다. 영화를 보러 가도 스타벅스 커피 한 잔 아까워서 안 마시는 신랑이지만 낭비하는 사람들보다야 낫다고 생각한다. 임 과장은 지금이 사실을 말할 타이밍임을 깨닫는다.


"그럼 우리도 그런 아파트가 있으면 좋겠네. 그럼 사면되지 뭐. 우리도 대기업 맞벌이하겠다 모아둔 돈 있겠다 뭐가 문제야? 당신 은행 다니니 대출 조건도 좋을 거고. 용기만 내면 되지. 내가 몇 번이나 집 사자고 했잖아. 지금도 늦지 않았어."


"에이, 지금은 집값이 너무 올랐지. 지금은 못 사지. 좀 기다렸다가 가격이 떨어지면 사야지." 임 과장 신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때도 못 사고 지금도 못 사는데 나중에는 살 수 있을 거 같아? 나중에도 못 사지. 자기한테 말할 게 있어. 사실 나 몇 년 전에 아파트 하나 사뒀어. 전세 끼고."


임 과장 신랑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라고...? 진짜야...? "


"응. 자기가 너무 대출을 무서워하고 반대해서 자기한테는 미안하지만 몰래 대출받아서 사뒀어. 자기도 알다시피 여기 전세 수요가 항상 많잖아. 우리도 항상 여기 살기 원했었고. 전세가가 높아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인 갭이 작았어. 나도 대기업 다니니 대출이 잘 나와서 그때 대출받아서 사뒀어. 자기 은행에서 진행했으면 조건이 더 좋았을 텐데 자기가 반대할까 봐 말도 못 꺼냈어. 이제 자기도 알았으니 대출도 자기 그 근무하는 은행으로 돌리던지 아님 우리가 모은 돈으로 일부 상환해도 되고. 그런데 난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그건 그대로 두고 우리가 가진 돈으로 아파트 한채 더 샀으면 좋겠어. 사놓고 보니 부동산만큼 든든한 게 없어. 주식처럼 매번 시세확인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당신만 반대하지 않으면 내가 서울 아파트 하나 더 알아보고 매수 진행할게. 어때, 나한테 맡겨줄 테야?"


한번 말문이 터진 임 과장은 청산유수다. 신랑하고 이렇게 긴 대화를 나눈 것도 오랜만이다.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오래된 여느 부부처럼 필요한 말 이외에는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다. 임 과장이 애교가 넘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더 그렇다. 임 과장 신랑은 얻어맞은 표정이다. 지금 임 과장이 줄줄 내뱉는 말을 이해하는데 한참이 걸리는 듯하다. 임 과장은 남편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러니까... 당신이... 아파트를 샀고... 우리도 우리 명의로 아파트가 있다는 말이야...?" 확인하듯 임 과장 신랑이 묻는다.


"응. 정확히는 내 명의로 샀어. 자기가 반대하니 말도 못 꺼내서. 그리고 내가 산 아파트 값도 2배까진 아니지만 꽤 올랐어. 어때, 부동산 투자 나한테 맡겨 볼 거야?"


임 과장 신랑은 임 과장을 멍하니 쳐다본다. 그리고 웃기 시작한다. 아주 활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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