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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May 12.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10.

박 대리 편.


언제나 만원인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한 박 대리는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다. 박 대리 딸이 치킨과 콜라를 좋아하는데 건강에 안 좋다는 이유로 잘 시켜주지 않는다. 실상은 식비를 아끼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서 배달음식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 배달 치킨은 한 달에 딱 두 번 정도만 허락해주는데 오늘은 박 대리가 먼저 치킨 얘기를 꺼낸다.


"수현아, 우리 오늘 치킨 먹을까?"


"치킨? 엄마 정말이야? 오늘 무슨 날이야?" 박 대리 딸은 눈이 동그래져서 묻는다.


"날은 무슨~. 엄마도 먹고 싶어서 그래. 아빠도 곧 온다고 하니까 먼저 시켜놓자."


박 대리는 배달의 민족에서 기쁜 마음으로 비비큐 후라이드를 주문한다. 기다리고 있는데 신랑이 들어온다.


"자기, 왔어? 얼른 씻어. 치킨 시켰어. 우리 맥주 한잔 하자." 박 대리는 웃으며 말한다.


"치킨? 오늘 무슨 날이야?" 짠돌이 신랑은 박 대리 딸과 똑같은 소리를 한다. 치킨이 원래 무슨 특별한 날에 시켜먹는 거였던가. 박 대리는 갑자기 헷갈린다. 신랑과 실랑이해서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다. 그냥 먹고 싶어서 시켰다고 에둘러 말한다. 짠돌이이긴 하지만 박 대리를 많이 사랑해주고 다른 부분은 서로 잘 맞는다. 박 대리는 신랑 없이는 잠도 잘 못 잔다. 이 얘기를 사무실에서 한번 했다가 동료들이 난리가 났었다. '지랄~' 이라고들 했다.


"띵동~"


"치킨 왔다!" 박 대리 딸이 냉큼 달려 나간다. 그 모습을 보고 박 대리는 웃으며 빠르게 상을 차린다. 시원한 캔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왔다. 평상시에는 맥주값도 아까워서 페트병 맥주로만 마신다. 하지만 오늘은 자축하고 싶은 특별한 날이다. 그래서 박 대리는 캔을 열 때 딱! 하고 경쾌한 소리가 나는 캔맥주를 꺼낸다. 박 대리 딸은 허겁지겁 치킨 다리부터 뜯는다. 한창 클 때라 잘 먹는다.


"자기야, 자기네 회사에는 주식하는 사람 많아?" 박 대리는 신랑이 좋아하는 날개를 접시에 놔주며 은근슬쩍 묻는다.


"주식? 하는 사람들 있지. 걱정하지 마. 난 뭐 그런 거 절대 안 하니깐. 내 돈 넣어두고 마음 졸이고 그거 뭐하는 짓인지. 젊은 친구들이 많이 하는 거 같더라고. 한탕주의지 뭐." 박 대리 신랑은 역시나 시작부터 부정적이다. 주식을 할까 봐 걱정인 게 아니라 평생 안 할까 봐 걱정이야 라고 박 대리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조금씩 하는 거 같더라고. 젊은 직원들은 주식보다 코인하지 않나? 그것도 알트코인으로?"


"알트코인? 그게 뭐야? 자기 그런 것도 알아? 굉장히 유식하게 보이는데?"


박 대리 신랑은 박 대리를 너무 모른다. 본인처럼 그저 아끼고 겁쟁이로 살고 있는 줄 안다. 박 대리는 문득 신랑을 바라보며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생활도 열심히 하고 술도 일체 마시지 않고 끝나면 집으로 바로 퇴근한다. 집으로 직진. 딸 하나이긴 하지만 다른 남편들에 비하면 육아도 잘 도와준다.


단점이라면 겁이 많다는 거다. 은행에 근무하면서도 대출을 한 푼도 안 받는다. 그래서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고 부부가 은행, 대기업 맞벌이인데도 아직 자가도 없다. 박 대리는 그런 신랑을 바라보며 중요한 결단은 본인이 내려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아파트도 결국은... 박 대리가 저질러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신랑을 사랑하지만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 부분은 신랑하고 상의할 수 없는 부분인 걸 깨닫는다. 임 과장님이 부동산 투자를 잘하신다고 들었다. 내일 임 과장님께 집에 대해서 상의해 봐야겠다고 맥주를 들이켜며 생각한다. 주식투자를 시작했을 뿐인데 박 대리는 대담해지는 본인을 느낀다. 주식투자로 맛본 자본소득이 박 대리의 머리를 탁! 하고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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