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리 편.
쿠폰 요정 박 대리는 업무 중 핸드폰을 슬쩍 봤다. 아... 나만 매도하지 않은 바이오주식! 오른다. 그것도 많이, 빠른 속도로.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더군다나 박 대리는 다른 직원들이 매도를 고민할 때 추가로 더 매수했다. 아직 가지고 있어서 수익률도 좋지만 수익금도 크다. 매일 쿠폰으로 한 푼 두 푼 아끼며 지냈는데 주식으로 한 번에 버니 심장이 고동친다. 곧 부자가 될 것만 같다. 오늘 밤에 치킨 파티를 해야겠다. 영문도 모르는 신랑이 평일에 무슨 치킨이냐고 할 테지만 오늘은 치맥을 안 할 수가 없다.
직장 동료들은 박 대리가 쿠폰이나 카드 할인밖에 모르는 줄 알지만 박 대리도 주식을 알긴 안다. 다만 본인이 종목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스스로 투자할 생각을 못했을 뿐이다. 이제 하대리님 덕에 주식에 입문했으니 앞으로는 열심히 할 거다. 다만 누군가가 종목만 추천해주면 된다. 박 대리는 하대리님이 너무 고맙고 몰래 추가로 주식을 더사서 수익도 커졌으니 따로 밥 한번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더 매수한 것도 하대리님에게 말할까 하다가 너무 욕심부린다고 할까 봐 말을 못 꺼냈다. 일단 내일 하대리님이 좋아하는 스타벅스 모닝 라떼부터 사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박 대리는 다시 슬쩍 주식창을 봤다. '40000원!' 미친 듯이 상승한다. 아무래도 임상 시험 결과가 좋은가 보다. 하대리 쪽을 우연히 본 박 대리는 갸웃하다. 하대리님이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걸까? 얼굴이 상기되어있고 웃음꽃이 만발하다. 김대리, 임 과장님 쪽을 바라보니 두 분은 침착하게 업무 중이다. 이 흥분과 기쁨을 같이 나눌 동료가 없다니 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나중에 큰 수익을 거두면 밥 한번 사야겠다고 박 대리는 생각한다. 할인 쿠폰을 이용해서 커피까지 사야지하고 마음먹는다.
항상 퇴근시간만 바라봤는데 오늘은 업무시간도 즐겁다. 역시 사람은 직장 생활하면서 활력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수입과 연관되면 금상첨화다. 쿠폰 요정 박 대리는 이 바이오 주식 말고 주식 종목을 본격적으로 더 늘려야겠다고 다짐한다. 하대리님 덕분에 시작했지만 본인의 성향과 주식투자가 잘 맞는 거 같다. 일단 재미가 있고 쿠폰 할인으로는 엄두도 못 낼 수익을 내고 있으니 신난다.
단, 은행에 다니는 짠돌이 신랑이 반대할게 뻔하니 돈을 몰래 끌어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박 대리도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배우자 몰래 돈을 준비하는 건 문제없다. 보험 약관대출을 받아도 되고 신용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박 대리는 대출을 무서워하는 신랑 때문에 여태껏 자가도 없이 살았다. 지금 살고 있는 전세보증금도 대출 한 푼 없이 순전히 저축으로 모은 돈이다. 신랑 때문에 대출 한번 안 받고 보수적으로 살아왔는데 본인 성향은 신랑과 다르다는 걸 주식 투자하면서 깨닫게 됐다.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에서도 더 큰 수익을 위해서라면 남들이 말하는 '레버리지'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일 바로 그 레버리지를 실행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거침없는 주식 투자 질주 본능이 박 대리에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