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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May 08.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8.

하 대리 편.


오전 6시.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하대리의 눈이 떠졌다. 오늘은 어제 매도한 바이오 주식을 기필코 다시 사야 한다. 사실 그 생각에 밤새 뒤척였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바삐 출근 준비를 한다.


지하철에 몸을 실은 하대리는 얼마큼 매수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100만 원은 너무 작고... 500만 원? 1000만 원? 너무 갔나? 500만 원 투자 시 100% 수익률이면 1000만 원이지만 1000만 원 투자 시 100% 수익률이면 2000만 원이다. 어떡하지? 1000만 원이면 가지고 있는 돈에서는 한참 모자라다. 예금통장을 깨기로 결심한다.


어차피 은행 이자도 낮아서 크게 의미 없다. 예금이자보다야 주식투자가 훨씬 낫다. 핸드폰을 열어 인터넷뱅킹에 접속한다. 그리고 손쉽게 온라인 예금을 해지한다. 기존 500만 원 투자원금에 40% 수익률로 매도하여 700만 원이 있다. 거기에 오늘 예금을 깼으니 1700만 원이다. 전액 투자하기로 하대리는 결심한다. 50% 수익이면 2550만 원이 되고 100% 수익이면 3400만 원이 된다.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지하철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벌써 내릴 역에 도착했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로 아이스 라떼를 주문한다. 이런 날은 아이스 라떼지! 한 손에 아이스 라떼를 들고 또각또각 걷는다. 설레는 출근길이다.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간 하대리는 오전에 할 일을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한다. 9시에 주식장이 시작되니 시간은 넉넉하다. 하대리의 마음만 조급하다. 시간이 왜 이리 더디 가는지. 8시 55분이다. 슬슬 눈치를 보며 화장실 가는 척 채비를 한다.


스윽 핸드폰을 들고일어나 사무실을 나온 하대리는 비상문을 열고 한층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 주식앱을 연다. 8시 59분. 이제 장이 시작할 시간이다. 주식창을 연다. 요즘 장이 좋아서 전부 빨갛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아... 어제 매도한 바이오주식은 장 시작부터 더 오르고 있다. 어쩌지? 매도하지 않은 쿠폰 요정 박 대리가 부럽기만 하다. 짠순이 박 대리에게 어쩌다 이런 운이 붙었는지... 다 하대리 덕이라 생각된다.


34000원. 시작부터 너무 오른 가격이다. 하대리는 이 주식을 옆 팀장님의 권유로 19000원일 때 매수했다. 옆 팀장님은 이 주식이 9000원일 때부터 보고 있었다고 한다. 팀장님도 바로는 못 사고 13000원 정도일 때 매수했다고 했다. 그리고 하대리는 그보다 더 오른 19000원일 때 매수했는데 꿈의 가격이 됐다. 이걸 팔다니 바보가 따로 없다. 그냥 둘걸.


멍하니 주식창을 보고 있는데 가격이 순식간에 오른다. 10주 단위로 매수할까 하다가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35000원에 100주 매수 버튼을 누른다. 버튼을 누를 틈도 없이 바로 36000원이 된다. 마음 급한 하대리는 36500원에 매수 버튼을 눌러보지만 체결이 되지 않는다. 취소할 시간도 없다. 다시 37000원에 매수 버튼을 누른다.


37000원에 100주 체결! 다행이다. 그러고도 계속 가격이 오른다. 아! 그냥 한 번에 다 매수할걸. 뭘 나눠서 매수하겠다고 괜히 좋은 가격만 놓쳤다. 37500, 37600, 37800... 빠르게 숫자가 올라간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하대리 심장도 심하게 고동을 친다. 정신 놓고 창을 바라보고 있는데 38000원, 39000원... 너무 빠르다. 이러다가 곧 4만 원이 될 것 같다. 39900원에 예수금 잔액 풀 매수 버튼을 누른다.


39900원에 333주 체결! 37000원에 매수한 것과 더해져서 매수 평단 39230원에 433주 16,986,700원 대략 1700만 원어치다. 하대리 가슴이 벅차오른다

드르르륵. 앗! 임 과장님 전화다. 시간이 벌써 9시 20분이다. 주식창 바라보느라 시간이 이리 흐른지도 몰랐다. 하긴 주식창은 하루 종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대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받는다.


"여보세요...?"


"하대리! 어디야? 아까 사무실에서 본거 같은데"


"아... 죄송해요.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이에요. 이제 가요."


"알았어. 바쁘니 빨리 와!"


사무실로 재빨리 들어간다. 제일 바쁜 오전에 자리를 비웠으니 아픈 척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배를 쓸며 힘없는 모습으로 자리에 앉는다. 화를 가라앉히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임 과장님의 시선이 느껴진다. 어쨌든 다시 바이오 주식을 가졌다! 이제 안심이다. 다시는 매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낮은 가격에 갖고 있는 쿠폰 요정 박 대리가 배 아프지만 내 주식수가 더 많다. 그걸로 위안을 삼자. 나중에 박 대리에게 말해줘야지. 그때의 박 대리 표정을 보고 싶다. 항상 쿠폰 할인이 제일인 줄 아는 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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