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대리 편.
하대리는 퇴근길에 점심시간에 있었던 김대리와의 대화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비트코인만 사고 있다고? 이럴 땐 뭐라고 반응해야 하는 거지? 사실 재테크 방법에 정답은 없다. 하대리는 그걸 안다. 함부로 이거 하지 말고 저거 해라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면 어디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그 어떤 수익도 기대할 게 없다. 하지만 뭐라도 걸쳐져 있고 적당한 시기가 오기를 기다릴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한 번은 기회가 온다는 걸 하대리는 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하는 게 힘들 뿐이다.
하대리의 가장 큰 장점은 뭐든 아무리 말이 안 되는 거 같아도 일단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왜 김대리 신랑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부동산, 주식을 놔두고 비트코인에 투자할까? 그것도 매달 월급에서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다고?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아무런 확신 없이 그렇게 투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대리는 모르지만 김대리 신랑은 분명 그것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을 것이고 어떤 확신이 들어서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대리는 비트코인은 잘 모르지만 그런 김대리 신랑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은 외면받아왔다. 하지만 그것을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없어지지 않고 꾸준히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에 질려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를 흔들며 포기한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존재하는 걸 보면 가격이 '0'이 되거나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진 않을 거 같다.
하대리는 문득 잘은 모르지만 본인도 비트코인을 조금씩 사모아야 하나 싶다. 하대리가 바이오 주식으로 수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직원들과 달리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옆 팀장님이 그 주식을 하대리에게만 권한 게 아니었다. 하대리 포함 몇몇 직원에게 말해줬는데 다른 직원들은 그냥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하대리는 옆 팀장님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분 성향상 아무거나 투자할 것 같진 않았다.
사실 언제나 귀차니즘이 문제다. 다른 동료들도 귀찮아서 안 했을 거다. 하지만 하대리는 오랫동안 잊혔던 주식계좌를 알아냈고 비밀번호를 새로 세팅하여 결국 매수까지 한 거다. 다들 그걸로 얼마나 번다고~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이익 난 걸 알고 배 아파했다. 하대리 말을 듣고 함께 바이오 주식을 매수했던 임 과장님, 김대리, 박 대리만 서로 축하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하대리는 김대리 말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
업비트 계좌를 다시 활성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대리 신랑처럼 큰돈은 아니지만 작게나마 매달 조금씩 매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저것 걸쳐놔서 나쁠 건 없다. 무슨 투자든 하락장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만 걸쳐두면 꼭 그 보답을 받을 수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