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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May 17.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16.

임 과장 편.

박 대리와 점심을 먹은 후 임 과장은 몇 년 전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첫 아파트 매수부터 상기해 본다. 대출을 무서워하는 신랑 몰래 임 과장 혼자 결단을 내리고 첫 자가 아파트를 매수했다. 사실 임 과장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차장님 덕분이었다.   

                                                                        

임 과장은 우연히 총무팀 부장님과 차장님이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몰랐는데 총무팀 차장님은 오랜 부동산 투자자이셨다. 현재 살고 있는 60평대 주상복합 아파트도 경매로 낙찰받은 거라며 그것에 대해 두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경매 낙찰이라니. 임 과장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는 와... 대단하신 분이구나 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고 있었는데 부서별 화합 워크숍에서 총무팀 차장님과 한 조가 되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저녁시간에 임 과장은 차장님 옆으로 갔다. 


"차장님! 저 상의드릴 게 있어요."


"응? 임 과장이 나한테 상의할 게 있다고? 나 왠지 겁나는데? 나 뭐 잘못한 거 있나?" 차장님이 유쾌하게 받아치신다.


"에이, 농담 아니고요. 사실 집 문제예요. 제가 아직 전세에 살아요. 우연히 차장님이 이번에 사는 집이 경매로 낙찰받은 집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전 경매 같은 건 꿈도 못 꾸고요, 집을 어찌하면 좋을까 싶어서요. 전 실거주 아파트를 매수하고 싶은데 대출을 싫어하는 신랑이 반대가 심해서요."


"아... 집 문제였군. 사실 뭐 부부간에 서로 말이 안 통하면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지. 다만 집을 사는 건 임 과장 말한 거처럼 큰 대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해요. 결단력도 필요하고. 지금으로 봐서는 그럴 일 없어 보이지만 혹시나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본인이 감당 가능한 선에서 가장 좋은 집으로 사면돼요.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여기까지예요. 이렇게 말을 해도 살 사람은 사고 못 사는 사람은 못 사고 그래요. 임 과장은 현명하니 알아서 잘 판단할 거라 믿어요. 참고로 난 집 살 때는 아내와 상의를 하지 않아요.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다행히 집안 경제권을 내가 가지고 있어서 아내도 크게 상관 안 하고 있고. " 총무팀 차장님은 더 이상 긴 설명은 하지 않았다. 


워크숍에서 돌아온 뒤 총무팀 차장님의 조언 아닌 조언을 들은 임 과장은 며칠밤을 생각했다. 그리고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저... 아파트 좀 볼까 하는데요..." 회사에서는 언제나 당당한 임 과장이지만 그런 임 과장도 처음에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갈 때는 주뼛거렸다. 이런 거대한(?) 일을 혼자서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첫 자가 아파트 매수 과정을 거친 뒤 임 과장은 자신감이 붙었다. 매번 전세로만 살고 있던 곳의 같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드디어 매수를 한 거다. 어떤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내 집이 없다는 불안감이 임 과장을 움직이게 했다. 혼자서 매물을 알아보고 전세가 맞춰진 집을 계약하고 대출을 받아 계약금을 넣고 잔금을 치르고 임 과장 이름으로 등기까지 전 과정을 해봤다. 이제 더 이상 임 과장은 부동산에 대해서는 무섭지 않았다. 돈 주고도 바꾸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중에 임 과장은 아래와 같은 말로 자기소개를 하며 처음 만난 상대방에게 재미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저 종부세 내는 여자예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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