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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May 07.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6.

임 과장 편



임 과장은 퇴근길 지하철에 탔다. 오늘 멤버 중 유일하게 서울에 자가 아파트가 있다. 사실 임 과장은 서울에 아파트가 무려 두 채다. 실거주하고 있는 한 채와 투자용 한 채. 이 투자용 아파트에 연예인이 전세 살고 있다. TV에 자주 나오진 않지만 가끔 나오면 여기저기 말하고 싶다. 내 집에 전세 사는 연예인이라고. 하지만 입을 꾹 닫고 있다. 재산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


임 과장 신랑도 은행에 다니는데 엄청난 짠돌이다. 하지만 임 과장은 동료들에게 밥이나 차도 잘 산다. 허튼 돈은 안 쓰지만 인색하진 않다. 언젠가 임 과장과 신랑이 같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임 과장이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자고 했다. 그랬더니 신랑 왈,


"그거 꼭 마셔야 돼?"


임 과장은 그 말에 입을 닫았고 결국 집에 와서 맥심 커피를 타 마셨다. 임 과장이 회사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아침, 점심으로 마시는 걸 보면 신랑은 놀랄 거다. 임 과장은 신랑이 워낙 짠돌이라 본인이 스스로 비상금을 많이 모았다. 8천만 원. 거금이다. 임 과장은 신랑과 달리 뮤지컬 보러 가는 것도 좋아하고 맛있고 분위기 있는 곳 가는 것도 좋아한다. 신랑이 워낙 짠돌이라 같이 하는 건 상상도 못 하니 집에 말하지 않고 휴가를 내서 출근하는 척하고 나온다. 그리고 그날은 종일 친구와 다니거나 먹고 마신다.


임 과장 친언니는 임 과장이 항상 애들을 친정엄마에게 맡겨두고 휴가 한번 안 내는 게 괘씸하다. 엄마 힘드니 가끔은 휴가 내서 엄마 쉬게 하고 임 과장더러 애들을 보라고 하지만 임 과장은 또 귀한 휴가를 그렇게 날리기가 싫다. 언니는 왜 참견인지 모르겠다. 전업주부라 시시콜콜 귀찮게 한다. 저번에는 오후 반차를 내고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눈치 빠른 친언니가 회사로 전화를 했다. 그 전화를 하대리가 받았서는,


"임 과장님요? 오늘 오후 반차여서 퇴근하셨는데요." 했단다. 언니는 흥분해서 재차 확인을 했는데 하대리는 반차가 맞다고 하고서는 아차 싶어서 임 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임 과장님! 친언니에게 계속 전화가 오는데요, 반차로 퇴근하셨다고 하는데 비밀인 거 아니죠?"


"뭐?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고? 미쳐! 왜 언니는 회사로 전화를 하고 그래! 핸드폰 놔두고! 못살아! 다시 전화 오면 외근 나간 건데 착각했다고 그래 줘!"


임 과장 언니로부터 전화가 계속 온다. 임 과장이 받는다.


"언니! 나 외근 나온 거야! 전화받은 애 신입이야. 걔가 뭘 잘 몰라서 그래!"


임 과장은 모르쇠로 계속 우긴다. 언니한테 들키면 골치 아프다. 임 과장을 아마 달달달 볶을 거다. 무조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임 과장 어머니는 직장 다니는 임 과장을 대신해 오래전부터 애들을 돌봐주느라 같이 살고 있다. 그런 엄마가 너무 고맙지만 임 과장은 휴가 내고 집에 엄마랑 둘이 우두커니 있는 게 싫다. 임 과장이 휴가를 내면 엄마도 어디 놀러라도 나가면 좋으련만 어디 가시지도 않고 종일 거실에서 TV만 보신다. 엄마가 싫은 건 아닌데 뭔가 불편하다. 애들을 오래도록 돌봐주셨기 때문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앞으로도 쭈욱 같이 살 계획이다.


그런데 엄마가 계속 거실을 차지하고 앉아 있으니 휴가날 집에 있어도 임 과장이 불편하다. 내 집인데 이상하게 쉬는 느낌이 안 든다. 식구들 다 나가고 거실에서 혼자 리모컨 붙잡고 뒹굴거려야 하는데 엄마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임 과장이 이 정도니 엄마랑 둘이 있으면 임 과장 신랑은 더 불편할 거다. 그래서 임 과장은 신랑이 짠돌이 짓을 해도 아무 말 않고 수긍한다. 임 과장은 신랑에게 말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하고 다니니 괜찮다. 그리고 친정 엄마랑 같이 사는 것에 대해서 신랑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는다. 고마울 뿐이다.


그래서 임 과장은 이제 집보다 회사가 더 편하다. 엄마가 볼륨을 높인 TV를 하루 종일 거실에서 보고 있으니 중고등학생인 아이들 공부에도 방해가 될까 봐 걱정이다. 엄마 방에 따로 TV를 놔드리고 싶지만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거냐고 오해할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조만간 집 넓혀서 이사 나갈 때 자연스레 엄마방에 TV를 놓아드리려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너무 죄스럽지만 동료들에게 말해보니 다들 이해해준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다.


늦은 시간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는데 뿌옇게 김서린 거울 속의 가슴이 거슬린다. 임 과장에게는 남들은 상상도 못 한 버킷 리스트가 있다. 가슴 성형수술. 애도 둘이나 나은 중년인데 무슨 가슴성형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신랑 몰래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도 받아봤다. 어느 정도 크기가 적당한지 가슴에 컵도 크기별로 얹어 보았다. 여자로 태어나 봉긋한 가슴 한 번 가져보고 싶다. 니트를 입었을 때 볼록한 가슴을 따라 흐르는 옷태를 갖고 싶다고 임 과장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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