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밀라 May 07.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5.

박 대리 편.

"사장님! 여기 일단 맥주 500 네 잔 주세요. 안주는 메뉴판 좀 보고 선택할게요! " 먹는 거 좋아하는 하대리가 큰 소리로 주문한다. 얼굴이 모두들 상기되어 있다.


모두 30%의 수익률로 바이오 주식을 이익 실현했다. 야호! 처음 해본 주식투자 치고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  아니, 훌륭했다. 하대리 들어갈 때 같이 들어만 갔어도 더 좋은 결과 나왔을 텐데. 아쉽지만 이 정도로 만족이다.


제일 얼굴이 환한 직원은 쿠폰 요정 박 대리다. 박 대리를 제외한 모두는 팔고 나왔지만 박 대리만 매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매도 후 주식은 더 오르고 장이 마감되었다.


"박 대리! 뭐야~ 축하해! 자 우리 짠들 하자고! 얼릉들 들어~! 오늘은 기분도 좋은데 내가 살게!"


"어머~~ 임 과장님 최고예요!!"


"이게 다 실행력 좋은 하대리 덕분이지~. 하대리가 그거 안 샀어봐, 누가 그걸 우리에게 알려줬겠어? 하여

 튼 매번 하대리도 대단해~! 하대리, 내일 점심은 우리 하대리가 좋아하는 즉석떡볶이로 하자!"


"정말요? 그럼 거기 대기줄 기니까 내일은 제가 먼저 나가서 자리 잡고 있을게요" 하대리는 

 떡볶이를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하이톤으로 대답한다. 


쿠폰 요정 박 대리는 날아갈 듯 기분이 좋다. 모두들 매도한다고 해서 불안했지만 본인은 꾹 참았다. 사실 매도는커녕 점심 먹고 양치한 후 화장실에서 추가로 더 매수했다. 조마조마했는데 회사의 임상시험 발표는 내일로 미뤄졌고 결국 상한가로 마감했다. 매도했으면 어쩔 뻔했나.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줄 알았다면 다른 돈도 더 끌어모을걸. 


박 대리는 본인만 이 좋은 정보를 알고 있는 게 아까웠다. 언니한테 알려줄까? 박 대리 언니는 국밥집을 하고 있다. 아니야, 언니는 바빠서 하지도 못해. 그냥 둬야겠다. 차라리 나한테 돈을 주면 내가 잘 굴려줄 텐데. 


맥주 한잔 후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쿠폰 요정 박 대리는 싱글벙글이다. 퇴근시간이 지나서 지하철 안도 붐비지 않는다. 신랑 모르는 돈으로 투자했는데 절대 말 안 할 생각이다. 박 대리는 오늘부터 주식투자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본다. 곧 적금 만기 되는 것도 있다. 신랑 몰래 모아둔 돈도 있고. 전부다 주식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물론 한 바구니에 다 담지 않을 거다. 이번 건은 운 좋게 떡볶이 마니아 하대리가 추천한 주식으로 재미를 봤지만 다른 주식도 골고루 사볼까 한다. 다른 직원들에게도 종목 추천 좀 받아봐야지. 하대리는 스스로 종목 발굴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쿠폰 요정 박 대리는 사실 지독한 짠순이다. 여름에 집에서 에어컨도 켜지 않는다. 끈적여도 선풍기 하나로 버틴다. 집 근처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는데 반드시 겨울에는 샤워를 하고 온다. 이유는 온수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겨울에도 난방을 잘 틀지 않는다. 진짜 몸살 날 정도로 추운 날 아니면 전기장판에 이불 뒤집어쓰고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는다.


이런 박 대리가 유일하게 아끼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술값이다. 박 대리는 술을 너무 사랑한다. 안주 따위는 필요 없다. 맥주도 너무 많이 마셔서 캔맥주, 병맥주는 비용이 아까워서 못 사고 커다란 페트병 맥주를 사다 먹는다. 신랑이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신다고 핀잔을 주는데 건강을 걱정해서 하는 말인지 술값이 아까운 건지 구분이 안 간다. 


박 대리 신랑은 은행에서 근무하는데 박 대리만큼이나 짜다. 은행에 다니면서 대출을 무서워해서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전세에 살고 있다. 박 대리는 대기업에 다니고 박대리 신랑은 1 금융권인 은행에 근무 중인데 한 번도 집 살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직장에서  서울에 자가를 가진 직원들이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하면 쿠폰 요정 박 대리는 속이 너무 쓰리다. 몇 번이나 사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대출을 싫어하는 신랑이 말려서 못 샀다. 사실 박 대리도 확신이 있어서 사려는 게 아니라 남들 사니까 사려는 거라서 그냥 신랑 말을 듣는다. 둘은 천생연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