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필립 아일랜드
멜버른에서 이것만은 꼭 보고 와야지 하는 게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아빠의바람이었던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12사도를 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엄마의 꿈이었던 필립 섬에서 펭귄을보는 것이었다. 2가지 미션 중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필립 섬으로 향했다.
멜버른 시내에서 1시간 20분정도를 달려 섬 입구에 도착했다. 필립 섬의 펭귄을 보는 시간은 해지고 1시간 동안이다. 오늘 일몰은 거의8시가 다 된 시간이라 그전에 필립 섬 이곳저곳을 다녀보기로 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코알라 컨저베이션 센터(Koala ConservationCentre)로 동물원보다 좀 더 야생의 코알라를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코알라는 24시간 중에서 20시간을 잔다던데 우리가 운이 좋은지 코알라들이자는 모습보다는 먹고 움직이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확실히 동물원보다는 코알라들이 활기차 보였다. 덕분에 아이들이 코알라의 작은 반응에도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조용히 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아빠 저기 저기 저기 저기 좀 봐!!!”
갑자기 자는 것 같던 코알라 한 마리가 일어나는 듯하더니 옆 가지로 훌쩍 점프하기도 하고 긴 나무다리를 따라 한참을걷기도 했다. 흥분한 해설사가 말하길 잠꾸러기 코알라가 저렇게 걷는 경우를 보기가 아주 힘들다고 한다. 우리 보고 운이 좋다고.
이어서 필립 섬의 가장 끝쪽에 있는 노비스 센터(Nobbies Centre)로이동했다. 필립 섬 근처는 바다표범의 서식지라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보면 바다표범이나 바다사자를 볼수 있다고 한다. 윤정이와 함께 4개의 눈이 빠지도록 둘러봤지만바다표범이나 바다사자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해가 넘어가는 남극해를 지척에 두고 산책을 할 수 있다는것만으로도 노비스 센터를 방문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91186590249
우리나라는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지금 여기는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직은차가운 바닷바람 앞이지만 언덕에는 자그만 들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녹색의 언덕이 들꽃과 늦은 오후의햇빛을 받아 점점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바다표범 못 봐서 아쉽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윤정이의 실망한 표정이 영 마음에 걸렸다.
“그럼 우리 펭귄 집이라도 보러 갈까?”
“어차피 퍼레이드 보러 가면 펭귄이랑 펭귄집 볼 수 있는 것 아냐?”
“응 맞아. 그런데 거기서는 사진을 찍으면안된다더라고. 근데 여기 옆에 해변에 가면 펭귄들이 사는 집이 있다던데? 가볼까?” “응 좋아”
노비스 센터 옆 코우리 비치 아래로 내려왔다. 정말 펭귄들의 집으로 보이는곳이 군데군데 보였다.
“아빠 이게 펭귄집이야? 근데 여기 하얀 자국은뭐야? 새똥 같아”
“크크 그건 펭귄 똥이야. 펭귄도 새와 같은조류이거든. 펭귄 똥이 보이는 것 보니 펭귄들 집이 맞는 것 같아”
“근데 왜 펭귄이 없어?”
“펭귄은 낮에는 먹이를 구하러 바다에 나갔다가 밤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거든”
만약 펭귄이 새끼를 낳아서 키우는 계절이었다면 아마 집에서 부모를 기다리는 펭귄 새끼를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런시즌이 아니어서 빈집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항상 동물원에 사는 펭귄만 보다가 이렇게 야생으로 살아하는 펭귄의 서식지를 본 윤정이는 적잖이 흥분한 듯 보였다. 이것저것 펭귄에 관해서 물어보는 것이 펭귄퍼레이드를 보기 전 들러보기를 잘한 것 같았다.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표인 펭귄 퍼레이드(Penguin Parade)를보기 위해 필립 아일랜드 자연공원(Phillip Island Nature Park)에 왔다. 입구부터 커다랗게 입장료가 붙어 있다. 가장 저렴한 일반 표는 가장멀리서 바라보는 관중석에 앉게 된다. 보통의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오면 이 표를 주게 되고 ‘점’처럼 작게 움직이는 펭귄만 보고 가게 된다. 입장료 외 아무 의미가 없다. 이거 보고 와서 펭귄 퍼레이드 별로였다는사람이 많다. 최소한 펭귄 플러스 표를 끊는 것이 좋다. 펭귄플러스는 펭귄이 바다에서 돌아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을 따라 앉아 있을 수 있어 펭귄을 가까운 거리에서 눈에 담을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볼 펭귄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페어리 펭귄(Fairy Penguin)이다. 다 자라봐야 30센티가 넘지 않을 정도로 작고 귀엽다. 큰 펭귄도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귀여운데 세상에서 작은 펭귄을 직접 볼 수 있다니.
펭귄 퍼레이드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단 두 곳밖에 없다. 하나는남아프리카공화국이고 나머지 하나가 여기 멜버른의 필립 섬이다. 우리가 아이들과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가기는 힘들 것 같고 펭귄 퍼레이드 보는 감동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오늘일 것 같다.
해가 졌다. 이제 곧 바다에 먹이를 구하러 나갔던 펭귄이 집으로 돌아올시간이다.
“아빠 그런데 왜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거야?”
“펭귄은 카메라의 플래시를 보게 되면 눈이 멀 수도 있데. 야생의 펭귄이 눈이 멀면 먹이를 못 잡아서 굶어 죽을 수도 있어”
“아 참 그리고 윤정아 조금 있다가 여기 옆으로 펭귄이 지나갈 텐데, 절대로 만지면 안 돼” “그건 또 왜 그래?”
“펭귄은 냄새로 집도 찾고가족도 찾거든. 그런데 사람 냄새가 묻으면 진한냄새 때문에 집도 가족도 찾을 수가 없데”
윤정이한테 소리치지 말고 절대로 만지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뒤. 사람들의 숨죽인 듯한 속삭임과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한 무리의 페어리 펭귄이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했다. 바다에서는 물고기보다 빠르게 움직였겠지만 육지에서는뒤뚱뒤뚱 한걸음 옮기기도 버거워 보였다. 힘들게 해변을 벗어나서는 바로 눈앞 언덕에서 털을 고르며 잠시쉬는 듯했다. 털을 다 고른 펭귄은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한 놈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8~10마리 정도로 무리를 지어 움직였다. 동물원이 아닌 아이들의눈앞에서 야생의 펭귄이 직접 집으로 돌아가는 퍼레이드를 보다니.
뒤뚱거리는 모습은 사랑스러웠고 가끔 돌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이 넘어가게 하였다. 천방지축 윤정이도 이 순간만큼은 숨을 죽이고 펭귄들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걸었다. 아직 여행 초반이지만 호주에 와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광활한 자연, 숲, 바다를 보며 느꼈던 감동보다 펭귄의 진짜삶을 보는 것이 으뜸이었다.
하나둘씩 지나가던 펭귄은 어느새 수백 마리가 되었다. 바다에서 오는 길목은이미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펭귄에게 점령을 당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펭귄을 정말 멍하니 넋을 놓고바라보았다.
“아빠 그런데 펭귄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
“그러네! 아빠가 한번 물어볼게”
지나가는 해설사를 붙잡고 물어보았다. 먼저 자기 집을 찾아간 펭귄이 자기짝을 부르는 소리이기도 하고 힘들게 찾아온 집에서 기쁨을 표현하는 소리이기도 하단다. 삶과 죽음의 바다에서치열하게 하루를 살다가 돌아온 기쁨이 얼마나 기쁠 것인지 우리는 짐작도 못 할 것이다. 바다에서 자기짝과 손잡고 다닐 수는 없을 터. 혹시나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자기 짝에게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서로를 부르는 소리에 걱정이 한가득 묻어 있는 듯했다.
귀여운 펭귄들의 즐거운 퇴근길을 함께 하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또 하나의 선물을 받았다. 출발하기 전 차 밑을 꼭 확인하라는 경고문을 보며 설마 펭귄이 주차장까지 오나 싶었는데 차를 끌고 주차장을빠져나가려는데 펭귄 한 마리가 엉금엉금 지나가고 있었다. 아마 그 경고문을 보지 못했다면 얼핏 까마귀이겠거니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플래시가 없는 DSLR을 얼른꺼내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찌하다가 이렇게 먼 곳에 집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정이와 함께인사를 했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나눠줘서 고맙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펭귄을 보며 받았던 감동이 쉬 잠이 오지 않게 하나 보다. 왜 밤에 집에 오는 것이며, 왜 소리를 내는지, 무얼 먹고 사는지, 헤엄은 어떻게 치는지... 궁금한 게 많은 아이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7살 아이의 그림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