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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성 May 29. 2018

지구는 살아있다|우스산 로프웨이

홋카이도 한 달 살기

무심결에 넘겨본 달력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 중 절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시간에도 가속도가 붙는 것이 분명하다. 여행을 기다릴 때는 그렇게도 시간이 더디 가더니 중반에 접어든 지금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달려 나간다.


“어쩌지? 짝콩? 이제 홋카이도에서의 시간이 반밖에 안 남았어 ㅠㅠ”

“아직 반이나 남았네.”

의외로 담담한 와이프.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급히 오늘 일정을 짜보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가이드북에는 홋카이도 주요 관광지의 일부만 나와 있어 별 도움이 안 된다. 홋카이도의 일부가 마치 전부인 것처럼 포장을 하고 사람들은 그 일부만 보고 홋카이도를 다 봤다고 할지도 모른다. 고민이 길어져 마음이 덩달아 급해진다. 일단 오늘은 지난번 못 다 본 도야호 주변 여행을 완성해 보기로 했다.



니세코에서 도야호 비지터 센터까지는 대략 1시간. 타임머신을 성공적으로 탄 아이들을 데리고 센터 뒤편 곤피라 화구 재해 유구에 가봤다. 곤피라 화구 재해 유구는 2000년 마지막 도야호 지역 분화 때 피해를 입은 지역을 당시 그대로 남겨 놓고 관람을 할 수 있게 해놓은 곳이다.


2000년 4월 1일부터 시작된 분화는 이 지역의 건물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다행히 주민들은 미리 대피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의 1층은 진흙과 화산재에 완전히 묻혀 버렸다. 폐허가 되고 사람이 떠나버린 아파트. 무성한 풀 만이 여행자를 반기고 있었다.



화산활동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지금은 도야호와 더불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곳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삶의 터전을 앗아간 재앙의 흔적이기도 했다.


“그럼 지구가 살아 움직이는 거네?”

화산활동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 주었더니 윤정 눈빛이 반짝이며 묻는다.



“아빠. 너무 신기하다. 지금도 여기 화산이 살아있어? 지금 터지면 어쩌지?”

“화산이라는 것이 소나기 오듯이 갑자기 터지고 그런 건 아니야. 사실 아빠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화산의 흔적을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몰라.”

“진짜 화산 보고 싶다~”



윤정이의 바람대로 가까운 활화산인 우수산으로 방향을 정했다. 도야호 남쪽에 있는 활화산인 우수산에는 로프웨이가 있다. 우수산은 20~50년 주기로 활동하는 활화산으로 최근에는 2000년에 분화가 있었던 곳이다.


“윤정아. 저기 돌로 된 산 위에 봐봐. 연기 같은 것이 나오지? 그게 아직 산 안에 뜨거운 용암이 있기 때문이야.”

“우와. 진짜 화산이다. 근데 정말 터지는 건 아니겠지? 산 옆에 있는 구름이 화산에서 나온 것 같아.”



1944년 6월부터 2년간 분화를 한 우수산과 쇼와신산. 여기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43년 12월 강한 지진으로 시작된 우수산 화산 활동이 1944년부터 활성화되었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있던 일본은 화산활동이 혹시나 패전의 징조로 소문 날 것이 걱정되어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우체국장이었던 '미마쯔 마사오'가 2년에 걸쳐 매일 분화를 기록으로 남겼다고 한다.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는 중 민둥머리의 쇼와신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보통 용암이 폭발하며 산이 생기는데 특이하게 쇼와신산은 땅속에서 용암이 굳으면서 솟아올라 산이 된 드문 케이스라고 한다.



로프웨이에서 내려 전망대로 올랐다. 시계가 좋아 공업도시 ‘무로란’은 물론 저 멀리 홋카이도의 꼬리 부분인 ‘하코다테’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높은 봉우리가 4개가 보이는데 화산이 폭발할 때마다 하나씩 생겼다고 한다. 1600년대에 생긴 화산도 아직 하얀 연기를 쉼 없이 뿜고 있었다.  


“아빠 이제 가야 해? 그냥 가기 아쉽다. 여기는 보물 없어?”

“어디 보자. 음. 하나 있어. 저기 계단으로 조금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가볼래?”



돌아가기에는 시간도 애매하여 우수산 등산로 숨겨진 보물(지오캐싱)을 찾아 내려갔다. 1978년에 마지막 활동을 마친 긴누마 화구 군이 가까이 보였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분화를 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된다.


직선거리 300미터라 얕잡아 봤는데, 평지 기준 300미터이니 내리막으로 한 500미터는 내려간 것 같다. 보물을 찾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실패하면 괜히 가족만 고생시키는 것인 아닐까 하고 머릿속에 복잡하다. 돌아갈까? 아님 그냥 가볼까? 300여 개의 계단을 내려가며 300번 고민을 반복했다.



다행히도 내려오지 않았으면 못 봤을 멋진 풍경도 감상하고 보물 찾기도 성공했다. 마지막 계단 밑에 제법 큰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이 가득가득. 우리도 준비한 보물을 넣고 두 딸아이 하나씩 추억을 나눠 가졌다. 




Travel Tip. 도야호 비지터 센터

비지터 센터는 도야호의 동식물과 자연환경에 대해서 미리 공부하고 갈 수 있어 좋다.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는 도야호 지역의 화산활동에 대한 설명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자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운영시간 : 오전 9시 ~ 오후 5시

입장료 : 무료(화산 과학관은 유료)


Travel Tip. 지오캐싱(Geocaching)

해외에 나오면 지오캐싱을 자주 한다. 지오캐싱(Geocaching)은 일종의 보물 찾기다. 누군가 어떤 곳에 보물(?)을 숨기고 그 위치의 GPS 좌표를 지오캐싱 사이트에 올려놓는다. 그럼 다른 유저들이 그 보물을 찾아서 로그(log)를 남기고 경우에 따라서 보물을 가지고 다른 보물을 채워 놓는 게임이다. 보통 캐시는 뷰가 좋은 곳에 숨겨놓는다. 그러니 보물을 찾는 재미도 느끼고 숨겨진 비경을 같이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지오캐싱 APP만 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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