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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훈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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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쥰 Oct 22. 2021

강동구 성내동

서울에 상경한 지도 벌써 7년이 다 되어 간다.


생경한 마천루들을 앞에 두고 이곳저곳 다니며 신기해하던 여행객, 아니면 이방인의 모습은 내게서 많이 옅어졌지만 아직까지도 이곳이 집이라고 느껴지기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7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사는 곳을 네 번이나 옮겼다. 평균 계약 만료 시점인 2년을 주기로 한 번씩 이동을 한 셈이다. 나를 기생충으로 비유하면, 한 숙주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기생하는 떠돌이 기생충과도 같다.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 살고 있는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회초년생~청년들은 보통 위와 같은 생활을 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집값'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음, 아무튼 나의 경우엔 이래저래 상황과 환경이 여의치 않았고, 한 곳에서 오래 머물기엔 더 나은 환경으로의 이사가 순간 필연적으로 필요해져서 지금껏 이사를 다녔던 것 같다.


내 고향 전주에서는 스무 해를 가까이 보내면서 단 두 번의 이사를 경험했었다. 부모님의 경제적인 여건이 나아짐과 동시에 형과 나의 방이 차례로 생겼고, 엄마와 아빠는 (내가) 10살에 이사했던 집에 20년이 넘도록 아직 살고 계신다.


다시 '나의 서울 이야기'로 돌아와서, 지금 내가 사는 곳인 강동구 성내동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4번씩이나 살 곳을 정하면서 '(한) 강 아래로는 너무 복잡해서 내려가지 말아야지'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의 강동에 오게 되었다. 처음 경험하는 한강 이남 지역인데, 신기한 것이 강동의 분위기는 강남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성내동은 더욱 그렇다.


서울의 많은, 오래된 동네가 그렇겠지만 이곳 성내동은 옛날의 정취를 고이 간직한 채로 원래 동네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과 새로 유입되는 젊은 청년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특별한 곳이다. 토요일 오후에 어르신들로 붐비는 성내전통시장을 따라 강풀만화거리에 즐비한 상가 속의 젊은 청년들을 보고 있자면, 이 생각은 더 분명해진다.


새로 들어온 업종과 상호들로 성내동은 젊은 사람들이  쉽게 발을 들일  있는 곳이 되었지만, 내가 살았던 지난 1 새만 해도 사라진 상호들이 벌써 여럿 기억이 난다. 동네 곳곳에서 건물들이 한창 새로 올려지는 모습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흡사 서울의 개발붐(boom) 한강 줄기를 따라 강남에서 천호, 그리고 강동으로 점점 흘러들어 오는 듯하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단어로도 설명될 수 있듯이, 서울 곳곳의 오래된 동네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본의 유입과 함께 본래 갖추고 있던 모습들을 하나, 둘 잃어간다. 내가 사는 성내동도 곧 변화를 준비하는 듯 보인다.


올여름, 강동에 사는 친구의 추천으로 '강동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강동 아카이빙(기록) 프로젝트'의 사진작가로 성내동 일대를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무엇을 찍어야 할까 고민하며 돌아다니는 내내 동네 이곳저곳에서 마주친 새로움과 함께, 곧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애잔함으로 일순 콧등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내가 바라본 성내동은 확실히 미래의 파도를 맞기 전의 과도기에 있었다. 오랜 주택 담벼락 안으로 곧고 높게 뻗은 나무들은 동네가 오랫동안 보존된 것을 증명하는 듯 솟아있었지만, 모퉁이 길을 돌아 나와 마주친 길 곳곳마다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내동은 여전히 생명력이 넘친다. 잊혀 가는 것들과 새로 만들어지는 것들이 함께 빚어내는 특별함이 있다. 그 이유는 아마 동네에서 여전히 함께 또는 각자 살아내는 '삶'과 그 삶의 주인인 '사람들'이 있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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