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영화 라라랜드 보셨어요? 그 영화에 대한 글입니다.
저는 라라랜드를 환상에 이끌려 도시에 빨려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았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어서일 겁니다. 저도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라는 직업의 환상에 이끌려 여기까지 오게 됐으니까요. 지금 제가 일하는 <에스콰이어>에서 라라 랜드를 주제로 개인적인 글을 써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래서 이런 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인데도 딱딱하게 느껴진다면 제가 딱딱하고 안 웃기는 사람이어서일 겁니다(요즘 세상에 못 웃기면 곤란한데). 아무튼 에스콰이어 홈페이지에 올라갔던 걸 조금 고쳐 올려 둡니다.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대도시는 젊은이의 헛된 꿈을 먹고 산다. 비유가 아니다. 네바다의 볼더 시티 동네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운 미아가 배우가 되려면 LA까지는 가야 한다. 도시가 내뿜는 환상에 이끌린 젊은이들이 내는 방세나 밥값이 LA 같은 대도시 지역 경제의 일부를 이룬다.
헛된 꿈은 헛되므로 거의 성공하지 못한다. 재즈의 본질을 라이브로 전하려는 세바스찬의 꿈도, 자기 이야기를 자기 연기로 남에게 보여주려는 미아의 꿈도 헛되고 헛되다. 대도시는 헛된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사랑에 빠지는 곳이다. 그 꿈과 사랑이 아주 가끔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낸다.
<라라 랜드>의 마지막 장면에서 둘의 눈이 마주친다. 마법 속으로 돌아갈 순 없다. 하지만 그 시간 덕에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서로 사랑하며 의지했기 때문에. 둘 다 그 사실을 안다. 마법과 꿈과 사랑은 언젠가 모두 끝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젊은이는 어른이 된다.
군중 속에서 만난 사람들(Someone in the crowd)이 별들의 도시(City of stars)에서 만나 이런저런 일을 겪고 다른 화창한 날(Another day of sun)을 맞이한다. 어떤 대도시 사람들에게는 갈고리처럼 파고들어 빠지지 않을 이야기. 내가 <라라랜드>를 보면서 왜 패킹이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울었는지 생각해봤는데 그래서인 것 같다.
다른 에디터가 본 '나의 라라랜드'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제 글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