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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Nov 13. 2017

몰스킨의 창조주와의 필담

하지만 이메일로 했다

이 분입니다. 마리아 세브레곤디. http://www.globalblue.com/


19년 전에 첫 몰스킨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의 거대한 성공을 예상했나요? 

오, 물론 아니죠. 이렇게 동화처럼 큰 성공을 믿을 수 없는 동시에 아주 믿을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내가 늘 머릿속에 생각하던 것을 깨달을 기회를 갖고, 모도 & 모도와 함께 뭔가를 시작하던 바로 그 때가 말이에요. 아이디어는 생각하기에 따라 커질 수 있어요. 


몰스킨은 공책을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죠. 당신이 영감을 얻었다는 브루스 채트윈도 “진짜 몰스킨은 사라졌다”고 1986년에 썼어요. 하지만 당신의 몰스킨은 사람들을 혼란시킬 수도 있지요. 피카소와 모네와 채트윈과 헤밍웨이가 ‘몰스킨’ 브랜드 공책을 썼다고 말이에요. 

우리는 공책을 다시 만들어냈어요. 피카소와 모네 등의 예술가와 사상가가 쓰던 이름없는 공책을 발전시켰어요. 그리고 전설적인 공책 이야기를 끼워 넣었어요. 우리의 손님들에게 문화적 체험을 통한 영감을 주는 것이 목표였지요.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손 안에 있는 그 몰스킨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그 공책은 아름다운 디자인 오브제이고, 오리지널의 후계자이며, 고품질의 종이와 아주 잘 계산된 디테일이 들어간 물건이에요. 당신의 몰스킨은 당신의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와 스케치와 글에 힘을 불어넣는 이야기를 들려 주죠. 그러니 우리 공책엔 혼란이 없어요. 몰스킨 이야기는 브랜드와 문화적 가치에 대한 것이지 트레이드마크가 아닙니다.


몰스킨은 어디서 누가 사나요? 

유럽이 가장 큰 시장이에요. 2015년 기준으로 43%네요. 아마 유럽이 우리가 시작한 곳이고 몰스킨의 전설이 뿌리내린 곳이기 때문일 거에요. 미국은 39%, 아시아태평양은 18%인데 굉장히 빨리 성장하고 있어요. 

우리의 사회-인류학적 고객 모델은 남녀가 포함된 18-55세의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도시에서 살거나 일하고, 온라인에 무척 익숙하고,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창조적이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요. 이 넓은 그룹 안에서도 ‘크리에이티브 코어’가 있는데, 이들은 그들의 직업과 창의성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에요.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 오피니언 리더, 혁신가 등이지요. ‘크리에이티브 코어’에 더해지는 사람들은 지식 노동자로 불리는 사람들이에요. 하이테크 비즈니스나 금융권 등에서 일하는 다양한 지식산업 종사자들입니다. 

창의성은 이들의 직업 혹은 개인적인 일상의 일부에요. 우리는 이런 사람들의 상황에 따른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만큼 넓은 범위의 물건을 제공해요. 우리의 손님인 창조적 프로페셔널, 지식 노동자, 우등생은 말하자면 ‘글로벌 니치’ 마켓이에요. 그래서 우리의 판매는 각국 고객별 특징이 아니라 브랜드와 고객 접점의 영향을 받아요. 이 사람들은 국경을 뛰어넘는 비슷한 태도와 열정을 갖고 있어요.


저는 모든 히트 상품에는 손님의 마음을 건드리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몰스킨은 무엇으로 고객의 마음을 건드렸을까요? 

몰스킨의 창의적이고 스타일리쉬한 매력, 몰스킨의 빈 페이지가 불러일으키는 여행의 욕구라고 생각해요. 


사모 펀드에 회사가 팔릴 때는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사실 조금 걱정했죠. 하지만 우리는 투자자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어요. 우리를 인수한 곳은 작은 회사였던 우리의 높은 잠재력을 가장 잘 이해한 회사였어요. 그들은 몰스킨의 구조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에도 투자할 의지가 있었어요. 그때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브랜드가 성장하고 성공했으니 그들의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되었죠.


몰스킨의 ‘콜라보레이션’이 궁금합니다. 몰스킨과 브랜드 중 누가 먼저 제안하나요?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만들 때의 규칙이 있나요? 규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안은 받기도 하고 하기도 해요. 분위기에 달려 있어요. 협업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문화, 창의성, 기억, 자기표현에 대한 가치를 파트너와 나누는 거에요. 파트너 브랜드와 고객에게 기억할만한 경험을 줘야 한다는 일반적인 목표도 달성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그쪽과 우리가 윈-윈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죠. 


몰스킨의 가장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은 어도비와 만든 스마트 노트북입니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나요?

2012년부터 우리는 아날로그-디지털 연속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기꺼이 다른 디지털 파트너와 협업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아이디어를 더 떠올릴 수 있도록 종이와 스크린 사이를 매끈하게 오가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스마트 노트북, 저널, 다이어리는 에버노트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프로페셔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죠.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디자이너를 위해 어도비와의 파트너쉽도 맺었어요. 스마트 노트와 무료 어플리케이션은 핸드메이드 스케치를 디지털화해주고 즉시 디지털 환경에서 편집 가능하도록 해 줍니다. 그 결과 창작의 전체 과정이 최적화되고 단순화됩니다.


몰스킨의 19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굉장히 많죠. 100만권째 공책이 팔렸을 때, 플리커 아카이브에 우리 공책 사진이 올라간 걸 처음 봤을 때, 몰스킨 애호가 그룹인 ‘몰스키너리’가 처음 나타났을 때, 유명해지기 10년 전인 12명짜리 회사 시절에 ‘몰스킨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 고르기가 너무 어려워요. 


디지털화가 정말 빠릅니다. 점점 많은 것들이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가능해지고 있어요. 이 충격이 몰스킨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본 적이 있으세요? 긍정적인가요? 

나는 무척 긍정적이에요. 우리는 글을 쓰고 스케치를 할 때 쓰는 종이의 역할을 강하게 믿고 있어요. 신경과학자와 교육학자는 종이에 뭔가를 쓸 때의 감성적이고 인지적인 강점을 연구해요. 권위 있는 연구자들이 종이의 장점을 증명하고 있기도 하고요. 게다가 디지털 네이티브에 속하는 젊은 친구들은 물리적인 경험을 다시 찾아내고 다시 만들어내는 일에 가장 열성적이에요. 기술이 점차 표준화될수록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독특한 특징을 다시 찾아내야 해요. 


디지털 디바이스는 공책처럼 손으로 쓰는 입력 기구 시장에 타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디바이스 업계의 성장이 불안하지는 않습니까? 

나는 디지털 업계의 성장이 불안하지 않아요. 오히려 나는 기술 덕분에 늘어날 가능성에 흥분됩니다. 우리는 종이가 죽지 않을 거라고 강하게 믿고 있어요. 반대로 우리는 우리가 지금 실험하고 있는 몰스킨 M+ 콜렉션처럼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종이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거라고 믿어요. 그 예가 우리의 최신작인 스마트 라이팅 세트입니다. 스마트펜과 앱을 이용해 특수 노트에 디자인하면 당신의 손글씨가 실시간으로 당신의 디바이스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텍스트를 바로 공책에서 이-메일로 보낼 수도 있어요. 공책에 있는 편지봉투 아이콘만 누르면요. 


몰스킨의 디테일인 고무 밴드, 속주머니, 가장자리의 둥글림, 첫 페이지에 적힌 문구는 모두 당신이 떠올린 아이디어인가요? 그 디테일 모두가 첫 몰스킨부터 들어있었나요?

공책의 주된 특징은 헤밍웨이, 피카소, 채트윈의 공책이 가진 특징이에요. 고무 밴드, 둥글린 가장자리, 속 주머니, 검은색 표지와 미색 내지 모두. 품질과 디자인 디테일을 발전시켰을 뿐이에요. 내 아이디어는 “잃어버렸을 때(in case of loss…)”라는 문구에요. 브루스 채트윈이 여행하다 공책을 잃어버렸을 때 적어둔 “여권을 잃어버리는 건 작은 걱정이었다. 공책을 잃어버리는 게 대재앙이었다.” 라는 말이에요. 그의 책 <송라인>에 이 작은 의식이 잘 묘사되어 있어요. 


세상엔 아주 많은 공책과 문구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몰스킨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몰스킨은 문구 브랜드가 아니에요. 몰스킨은 문화적 아이콘이고, 사색으로 길을 밝히는 여행 브랜드입니다. 


당신은 “잃어버렸을 때”의 대가로 무엇을 적어 두었나요? 

“한번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써두곤 해요. 불행하게도 내 노트를 잃어버렸다면 난 진지하게 그 노트를 찾아준 사람과 개인적으로 만나 제대로 된 보상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오디너리 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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