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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Jun 02. 2018

문구 생활

어반라이크에게 답한 것


2017년 3월이니 벌써 1년도 더 된 일입니다.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친구이자 동료 에디터인 장용헌 님이 일하는 잡지 어반라이크에서 문구에 대한 답변 몇 가지를 해줄 수 있냐고 했습니다. 트렌디하고 감성적인 잡지에서 진행하는 트렌디한 질문과 주제는 나와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좋아하는 용헌 군이 부탁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해서 대답했습니다. 답을 다 적고 다시 보니 딱히 좋고 긴 답 같지 않았습니다. 문구에 문구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아서인 듯해요. 모든 도구를 그렇게 건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데 문구에 성마른 이유는 제가 정말 문구류를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을 가져서인지도 모릅니다.


최근 의외로 이때 내가 했던 답을 기억하는 분들을 한두 분 만났습니다. 역시 인쇄될 글은 어디로 어떻게 퍼지는지 모르는구나 싶어 숙연해졌습니다. 생각난 김에 그때 했던 답을 여기 옮겨 둡니다. 이런 답에 답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니 여러분도 심심하면 한 번쯤 해 보세요.



01. 당신의 책상에 늘 있는 문구는? (구입장소, 구입한 시기와 계기, 브랜드 소개…)

리갈 패드 형태의 뜯어 쓰는 수첩은 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사무용품이기도 하고 외국 나갈 때마다 사기도 합니다. 일본, 미국, 프랑스, 오스트리아의 리갈 패드형 메모지가 있습니다. 지금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건 프랑스 까르푸에서 사온 리갈 패드입니다.


02. 문구류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딱히 그런 건 없습니다만 굳이 뭔가를 대답해야 한다면 생김새와 가격일 것 같습니다. 가능한 한 사무적으로 생긴 걸 좋아합니다. 값은 싼 게 좋습니다. 비싼 문구를 사고 싶지는 않네요.  


03. 당신이 갖고 있는 문구 중 가장 아끼는 문구와 그 이유는?

이것도 딱히 없습니다만 굳이 뭔가를 대답해야 한다면(2)…항공사와 호텔에서 주는 볼펜을 좋아합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거 말고 가져가도 아무 상관 없는 판촉물 수준의 볼펜 정도면 딱 좋습니다. 잃어버려도 부담 없고 누구 줘도 상관 없고 보기에 조금은 예쁩니다. 문구는 그 정도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04. 당신이 생각하는 문구의 유용함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문구류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

제게는 샀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게 문구의 유용함입니다. 옷, 음반, 자동차, 집, 이런 것들에 비해 문구는 적은 돈으로 이것저것 살 수 있습니다. 아무튼 예쁜 물건은 사고 나면 기분이 잠깐이나마 좋아지는데 문구는 가격에 비해 예쁜 물건이 많은 것 같네요.


05. 문구가 당신의 작업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습니다. 100% 장식품입니다. 작업은 아무 걸로나 할 수 있습니다. 프로는 도구를 가리지 않습니다.


06. 어릴 적 사용한 것 중 생각나는 문구가 있다면? (문구에 얽힌 기억이나 에피소드)

잘 생각 안 나는데 떠올리려 되게 노력하니 일기장이 생각납니다. 아주 복잡한 그리드와 페이지 레이아웃으로 이루어져 있던 것 같습니다. 오늘 할 일, 내일 할 일, 오늘 잘한 일, 오늘 반성할 일, 등등의 칸이 다 달라서 난처했던 기억이 납니다. 애들이 뭘 잘 했겠습니까. 


07. 문구를 구매할 때 주로 가는 장소는?  (온/오프라인, 국/내외)

온라인으로 문구를 살 만큼 문구를 열정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가는 나라나 처음 가보는 도시의 문구점에 호기심 삼아 들어가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08.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문구와 그 이유

편지지는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풍스럽잖아요.


09. 문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생긴 습관이 있다면?

수첩과 필기구를 쓰지는 않아도 늘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 왠지 없으면 불안합니다. 한 페이지도 펴지 않는다 해도 늘 챙깁니다. 이걸 습관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10. 문구류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개인적 의견

제 미래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문구류의 미래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쁘고 쓸모 있고 별로 안 비싸니까 앞으로도 여러 사람들이 쓰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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