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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Jul 09. 2018

표준화된 목적지

어반라이크 호텔 이슈에 보낸 답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친구이자 동료 에디터인 장용헌 님은 요즘도 열심히 어반라이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는 호텔 편을 준비한다며 호텔에 대한 답변 몇 가지를 해줄 수 있냐고 했습니다. 그새 어반라이크는 그새 더 트렌디하고 더 감성적인 잡지가 된 반면 저는 착실히 늙어가고 있어서 조금 머쓱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좋아하는 용헌 군이 부탁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해서 대답했습니다. 이번에도 답을 다 적고 보니 딱히 좋고 긴 답 같지 않습니다. 호텔을 일로 봐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공간을 이렇게 건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데 호텔에 성마른 이유는 음...여기서 적기엔 좀 긴 이야기네요.


아무튼 제가 했던 답을 여기 옮겨 둡니다. 어반라이크에 했던 답 중 편집 분량상 조금 넘치는 게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답에 답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심심하면 한 번쯤 해 보세요.


1.호텔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가요? (일년에 몇 번 정도)

정해두고 가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깔끔하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몇 년 간의 패턴을 보면 1-2개월에 한 번은 가는 것 같습니다.


2.호텔을 선정하는 중요한 기준 or 요소가 있다면? (위치, 교통, 디자인, 가성비, 기타 등)

일로 가는 거라면 예산과 위치가 중요해집니다. 개인적으로 가는 여행이라면 호텔이 여행의 숙박 수단이냐 아니면 여행 그 자체의 목적이냐에 따라 조금씩 기준이 달라집니다. 숙박 수단이라면 역시 위치와 가격이 중요합니다. 여행의 목적이 호텔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라면 디자인이나 브랜드, 혹은 그 호텔 고유의 특징이 중요해집니다. 어느 이유로 어떤 호텔에 묵든 청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리뷰 사이트나 호텔 사진이 좋은 참고가 됩니다.


3.당신이 생각하는 호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표준화입니다. 대부분의 호텔은 객실의 주요 요소가 거의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보는 도시에 일이나 여행을 가도 호텔에 가면 ‘호텔이다’라고 안심할 수 있습니다. 집기도 거의 같기 때문에 익숙하게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차를 끓여 마실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처음 온 호텔이라도 나는 호텔이라는 인터페이스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이건 매번 다른 구조의 공간에서 쉬어야 하는(그럴 가능성이 무척 높은) 에어비앤비와의 큰 차이입니다. 에어비앤비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의외성을 주는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을 줍니다. 일할 때는 그런 긴장감이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4.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호텔은 어디인가요? 그 이유는? (국내외) 

서울에서는 웨스틴 조선호텔을 좋아합니다. 시내임에도 조용하고 조용한데도 교통이 편리합니다. 객실 내부 품질도 적당히 훌륭합니다. 너무 고급스러워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 적당함이 편안합니다. 워커힐의 더글라스 하우스도 무척 좋아했지만 리모델링을 해서 아쉽습니다. 해외 호텔은 상대적으로 덜 가니 적어둔다 한들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지만, 아시아 대도시의 특급호텔은 대체로 황홀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호텔이 있지만 어반라이크가 워낙 유명한 잡지라 여기에 적어두면 너무 알려질 것 같아 밝히지 않으려 합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이 답은 안 실렸습니다. 괜한 호들갑을.)


5.그동안 묵었던 호텔 중 기억에 남는 호텔과 그 이유는?

출장 때 스위스 취리히의 슈바이처호프 호텔에서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취리히 중앙역 바로 앞에 있는 유서 깊은 호텔입니다. ‘방해하지 마세요(do not disturb)’와 ‘방을 치워주세요(please make up room)’ 표식이 팻말이 아니라 두 가지 색의 술(태슬)일 정도로 고풍스러운 방식을 고수합니다. 동시에 와이파이는 아주 빠르고 온수와 냉난방도 완벽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현대적으로도 편리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6.호텔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대부분 즐거웠다는 정도?


7.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상하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읽던 책을 두고 갔더니 그날 밤에 호텔의 책갈피가 놓여 있었습니다. 정말 감탄했습니다. 그것 때문에라도 또 가고 싶은데 돈이 없네요.


8.한번쯤 머물고 싶은 꿈의 호텔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그 이유는?   

사우스햄튼과 뉴욕을 오가며 대서양을 횡단하는 퀸 메리 2세 호의 객실에 머물러보고 싶습니다. 여러 모로 느끼고 배우는 게 많을 것 같습니다.


9.본인에게 호텔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내 노화의 상징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어릴 때는 호텔에 가면 괜히 내 스스로가 작아지는 것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요즘은 덜 그렇습니다. 호텔이 덜 어색해질 만큼 늙은 모양입니다.  


10.호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표준화된 숙박과 휴식시설 제공 기능입니다.



제 답은 여기까지입니다. 새로 나온 어반라이크 37호에 더 재미있는 답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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