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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Sep 05. 2020

왜 김종인은 시계를 자주 만질까?

정치인 김종인의 시계 이야기 4회

사진을 보다 보니 정이 들어버린 김종인 선생님. 이 사진은 앵글이 특히 귀엽지 않나요(?).


지난 이야기로부터 몇 달이 늦어버렸다. 면목 없습니다. 그새 당 이름까지 바꿔버린 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선생님의 이야기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김 비대위원장 특유의 포즈 이야기. 


살면서 이렇게 할아버지 사진을 많이 검색할 줄은 몰랐다. 찾다 보니 김 비대위원장(이하 김종인)의 사진에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주요 정치인 중 김종인만 시계에 손을 대고 있는 사진이 많았다. 


사진들을 보면 그의 시계를 만지는 포즈가 거의 비슷한 걸 알 수 있다. 오른손으로 왼쪽 목을 만진다. 엄지손가락이 시계 아래쪽으로, 나머지 네 손가락이 시계 위쪽으로 간다.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한두 번 만져본 느낌이 아니다. 생활 속 습관의 일부가 된 것처럼 자연스럽다.

다양한 장소에서 시계를 만지는 김종인 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저때만 해도 민주당이었군요.


시계를 매일 차는 사람들은 특유의 습관이 생긴다. 손목에 감긴 기계이다 보니 불편해서이기도 하고, 기계식 시계가 다루기 까다로운 물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일상적으로 가장 귀찮은 건 기계식 시계가 멈춘다는 사실이다. 기계식 시계는 태엽이 다 풀리면 멈춘다. 시계 회사들은 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을 고안했다.


지금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오토매틱 와인딩’이라 부르는 방식이다. 시계 태엽(‘배럴’이라고 부릅니다)에 무게 추(‘로터’라고 부릅니다)를 연결시킨다. 추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서 알아서 회전하며 시계 태엽을 감는다. 자동으로 태엽을 감기 때문에 ‘오토매틱’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적어서 그렇지 정리해 생각하면 별로 어렵지 않다.

오토매틱 매뉴얼. 사진 왼쪽 반쯤을 차지하는 게 로터다. 사람이 움직이면 저 로터가 돌면서 태엽을 감는다.


자동차의 자동변속기처럼 오토매틱 전에 ‘매뉴얼’이 있었다. 말 그대로 사람이 손으로 태엽을 감아주는 방식이다. 이제는 거의 안 쓰는 말이 된 ‘시곗밥을 준다’의 시곗밥이 태엽을 감아두는 동작이다. 

김종인 시계 무브먼트의 전후면. 로터가 없다. 사람이 손으로 태엽을 감아줘야 한다. 대신 무브먼트의 금속 세공이 더 잘 보인다.


김종인의 시그니처 무브(?)는 시계의 태엽을 감는 동작이 아닐까. 이게 내 추측이다. 김 전 총괄 비대위원장의 시계인 랑에 1은 시계 태엽을 직접 감아 줘야 하는 ‘매뉴얼 와인딩’ 방식이다. 랑에 1에 들어있는 무브먼트(시계의 엔진 역할을 합니다)는 태엽이 다 감겼을 때를 기준으로 72시간동안 작동한다. 길다고 볼 수 없다. 시도때도없이 태엽을 감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매뉴얼 와인딩 시계를 차 보신 분이라면 동감하실 것이다. 


실제로 김종인은 시계 태엽을 잘 감아주는 듯하다. 몇 번이나 보는 2016년 4월 9일 당시 사진이 그 증거다. 기계식 시계의 동력 잔량을 ‘파워 리저브’라고 한다. 고가 시계 중에는 동력 잔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장치가 내장되기도 한다. 그 장치를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라고 한다. 


김종인의 랑에 1에는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3시 방향 근처에 하나 놓여 있는 침이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다. 이건 시간 표시와는 아무 상관없이 해당 시계의 동력 잔량만 보여준다. 그러니 이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는 360도가 아니라 약 1시부터 4시 방향까지, AUF 부터 AB 까지만 움직인다. AUF는 독일어로 ON, AB는 OFF다. 김종인의 랑에 1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는 AUF에 가깝게 올라가 있는 걸 볼 수 있다. 김 전 총괄 비대위원장이 시계를 잘 감아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AUF에 가깝게 올라온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난 이걸 보고 김종인이 시계를 잘 감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김종인은 부유한 고위층이니 시계를 감아주는 인력을 따로 둘 수도 있다. 하지만 김종인이 흡족하게 태엽을 감아주는(듯한) 표정을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손목 시계는 상당히 개인적인 물건이다. 남이 내 물건 만지는 게 싫을 정도의 개인적인 물건일 수도 있다. 그 정도야 자기가 감겠지. 김종인이 이 시계를 일상적으로 오래 차왔다고 생각한 이유다.


그나저나 왜 이 비싼 시계의 태엽을 김 전 총괄 비대위원장 같은 사람이 직접 감아야 하나? 왜 이 시계는 오토매틱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라는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이 이야기는 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또 이렇게 분량이 길어져서...다음 이야기는 꼭 다음 주 내로 올리겠다. 여러분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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