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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Apr 22. 2016

존 레전드의 셀프 축가

스타의 삶


‘올 오브 미’의 구조는 단순하다. 가사의 주제도 간결하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네가 내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네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네게 무엇을 주고 싶은지. 이게 전부다. 하지만 이 노래는 최소한으로도 훌륭하다. 세상의 훌륭한 것들이 그렇듯.


노래의 가사는 연인의 보통 대화처럼 시작한다. ‘네 격려가 없다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넌) 나를 당겼다가 걷어차버리고/나를 돌게 만들어, 농담 아냐, 난 널 잡아둘 수가 없어’ 연인과의 사랑을 넘어 뭔가에 깊이 빠져본 적이 있다면 ‘그러게. 나도 그랬는데’ 싶을 내용이다. 얼마나 좋으면 이럴까…싶어서 우리도 깊이 사랑했던 한때를 떠올리게 된다.


2절에서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네게 얼마나 많이 말해야 할까/넌 울고 있을 때도 아름답다고/세상이 널 비추고 난 네 주변 모든 곳에 있어/네가 나의 몰락이고 네가 내 뮤즈야/넌 내 최악의 정신착란이고 내 리듬 앤 블루스야/노래가 멈추질 않아, 머리 속에서, 널 위해 계속 울려’ 미국산 핫 초코처럼 진하고 달콤한 말이다. 이 뒤로 전 세계의 결혼식장에서 울릴 것 같은 후렴구가 이어진다.


‘내 전부가 네 전부를 사랑하니까/너의 부드러움과 너의 날카로움을/네 모든 완벽한 결함을/네 전부를 내게 줘/내 전부를 네게 줄게/넌 내 끝이고 시작이야/(널 만나서) 난 지더라도 승리해’ 존 레전드는 연인의 전부를 사랑함을 알리려 반의어를 나열한다. 너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를 사랑한다고, 그러니 네 모든 걸 달라고, 나도 내 모든 걸 줄 거라고.


‘올 오브 미’의 가사는 긴 관계가 기쁨-기쁨-기쁨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다. 노래 속 연인들은 오래 만났을 것이다.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돌게도 만들고, 처음엔 좋았던 그 사람에겐 반드시 엉망인 구석이 있다. 달콤하거나 귀엽지만은 않은 모든 사실은 만나다 보면 결국 다 드러난다. ‘올 오브 미’의 아름다운 부분은 그 모두를 껴안겠다는 다짐에 있다. 사랑은 그래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면서도 하는 것이다. ‘넌 내 끝이고 시작’이라는 말도 현실을 보며 계속 나아갈 관계 앞에서만 할 수 있는 다짐이다. 새로운 문장을 쓸 때에만 앞 문장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처럼.


존 레전드의 목소리에 취해 느끼한 이야기를 잔뜩 했으니 진짜 현실을 보며 끝내려 한다. 이 노래는 존 레전드가 실제로 그의 아내가 된 크리시 티건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왠지 축가 느낌이 나는 것과 뮤직비디오 속 연인이 진짜처럼 진한 것은 진짜 연인이 진짜 스스로의 이야기를 쓴 후 진짜 연인과 뮤직비디오를 찍었기 때문이다. 가수 오빠의 셀프 축가+웨딩 비디오인 셈이다. 그런데 그 개인적인 사랑 노래가 11개국에서 차트 1위를 하며 커리어 최고의 히트곡이 됐고 웨딩 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는 8억을 넘어 9억을 바라본다. 스타의 삶이란 무엇일까, 스타로 사는 기분은 어떨까, 나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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