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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Dec 25. 2015

비버의 사과

저스틴 씨는 사과도 잘 하셔


저스틴 비버는 ‘소리sorry’ 에서 저스틴 비버 본인 배역을 연기하는 것 같다. 젊고 잘 생기고 능력 있고 인기 많고 실수도 잦은 남자. 그런 남자가 맘 먹고 교태 부리며 사과를 하면 이런 노래가 나온다. 이 노래의 제목인 'sorry'는 노래 가사에도 17번 나온다.

저스틴 비버의 사과엔 흔히 볼 수 있는 사과와 다른 점이 몇가지 있다. 1. 자기 잘못을 순순히 인정한다. 2.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3. 그러면서 바이브레이션도 넣고 눈빛도 보낸다. 4. 그리고 저스틴 비버는 잘 생겼다. 요약하면 이렇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젊고 잘생긴 남자가 최선을 다해 사과를 하고 있다.

'저렇게까지 사과할 필요가 있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사과는 저렇게 하는 거다. 사과하기 싫으면 잘못하지 않으면 된다. 사과할 만큼 잘못했다면 장마철에 신고 나간 힐의 뒷꿈치라도 핥겠다는 자세로 확실히 사과해야 한다.

PR의 한 분과 중 위기관리라는 영역이 있다. 사과는 위기관리에서 아주 중요하다.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아담 갈린스키와 모리스 슈바이처는 좋은 사과의 요건을 정리했다. 문제를 부정하지 마라, 남 탓 하지 마라, 애매한 해결책 말하지 마라.

그 기준으로 봐도 저스틴 비버의 사과는 합격이다. 저스틴 비버는 자기 잘못을 순순히 인정한다. '내가 이런 실수를 한두번 했다는 걸 알아, 한두번이라는 건 음 일이백번이었을지도 모르지'같은 말로. 남 탓도 없다. '네 성질도 보통 아니잖아 베이비' 같은 가사는 없다. 해결책도 확실하다. '내가 다 고칠 거'라고, '네가 원하면 모든 비난을 받겠다' 고 한다. 이정도면 훌륭하다.

가사는 노래 밖 현실에서의 가수와 달라붙어 맥락을 만들기도 한다. 무대 밖 저스틴 비버는 미안할 일을 꽤 하고 다녔다. 그러니 지금은 그가 사과하는 노래를 부르기에 좋은 때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내가 다 잘못했고 그냥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갓 어른이 된 귀여움 남자가 이런 노래를 부르면 아무래도 좋아 보인다. 칸예 웨스트처럼 평생 사과 안 할 것 같은 사람은 이런 거 아무리 불러도 분위기가 안 난다.

그러니 ‘소리’는 초밥 코스를 먹다가 아주 좋은 시점에 나온 참치 대뱃살 초밥같은 노래다. 그리 자극적인 노래가 아닌데도 유튜브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만 5천만을 넘길 정도로 반응도 좋다. 하필 아델의 ‘헬로’와 함께 나와서 빌보드 2위에 머무르지만 비버 본인은 그런 걸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그는 시도때도없이 웃통을 벗고 다니는 쾌남이니까. 이 노래로 셀레나 고메즈와도 다시 만났다고 하니까. 사과해서 이미지 변신하고 재결합하고 노래도 잘 팔렸으면 이거야말로 최고의 위기관리일지도 모르겠다.



앱 매거진 <뷰티톡>에 연재하는 원고를 여기 옮겨 둡니다. 노래 가사를 빌어 말하는 일종의 연애 칼럼입니다. 연애도 여자도 노래도 화장품도 잘 모르는데 이런 일을 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부족할 겁니다. 어떤 형태의 지적이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 브런치에는 연재 시점의 2주 후인 매주 금요일에 원고가 올라갑니다. <뷰티톡>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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