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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May 21. 2016

다이슨 진공청소기, 오늘의 고집

영국식의 괴팍함


생활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흔히 초대형 다국적 기업이다. 많이 만들고 많이 파는 대량생산과 광역 유통망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거대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이슨은 이런 상황에서 좀 다른 길을 냈다. 다이슨은 청소기나 선풍기 같은 단일 품목으로 확실한 시장을 만들었다. 고가 고성능 가전제품이라고 봐도 되겠다. 다만 다이슨의 높은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


다이슨의 가장 큰 교훈은 기술이 기본이라는 간명한 사실이다. 21세기적 가치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지금은 무형의 가치, 이를테면 브랜드나 이미지 같은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시대다. 물론 다이슨에게도 멋진 로고와 고유한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다이슨의 창립자 제임스 다이슨에게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코노미스트] 3월 인터뷰에서 다이슨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술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발명하려면 기존의 벽을 넘어선 기술적인 도약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현해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 엔지니어다. 발명은 창의적인 엔지니어링과 행운이 합쳐진 결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와 끊임없는 질문에서 나온다. 혁신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예쁜 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DC 74는 다이슨이 강조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와 끊임없는 질문’이 보이는 기계 중 하나다. 이 진공청소기의 본질은 단순하다. 일반 무선 진공청소기보다 흡입력이 3배 세다. 작지만 더 강하게 회전하는 모터와 흡입력을 증폭시키는 싸이클론 기술 덕분이다. 청소가 힘든 부분을 위해서 더 세게 빨아들이는 ‘부스트’모드도 있다. 원래는 목이 길어서 가정용으로 쓰지만 사진에서 연출한 것처럼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서 쓸 수도 있다. 동그란 모양으로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곳이 싸이클론이 들어있는 부분이다. 기술을 드러낸 것이 디자인이고 성능의 총합이 브랜드 가치다. 다이슨의 본령이다.


다이슨은 매년 세후 이익의 30%를 연구개발에 지출한다. 연구개발의 대부분은 목표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다이슨은 그걸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라고 해석한다. 이들은 세탁기 개발에 착수했다 실패했지만 제임스 다이슨은 “세탁기는 다이슨 엔지니어들의 지식 기반을 확장시켜줬다”고 말했다. 요즘 물건이 어떤 성격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다이슨은 가장 오래되고 확실한 성공 비결을 사용해 21세기의 물건을 만들고 있다. 기술로.


남성지 <루엘>에 실렸던 원고입니다.




이 원고를 만들 때쯤엔 오래된 브랜드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상품화하는 게 한참 유행이었습니다. 세상은 앞으로 나가고 있는데 비싸고 좋은 걸 찾기 위해선 계속 뒤돌아봐야만 하는 걸까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다음 세대는 이 시대의 무엇에 21세기의 고전이라는 호칭을 붙일까?’ 라는 질문을 떠올리고 여섯 개의 예상 답안을 제시했습니다. 다이슨은 좋은 물건에 대해 고전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아주 혁신적인 물건을 만든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클래식이라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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